[interview]PD 진다슬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요"

진다슬님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정리하며,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닌 제작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했을 다슬님의 다정하고도 단단한 시선을 상상해봤습니다. 자신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전문성을 통해 소통을 위한 일을 하고, 그 과정 중의 소통 또한 이끌어가는 사람. ‘저는 PD라는 일이 너무 좋아요!’라는 명쾌한 문장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 언젠가 까맣게 변한 화면에서, 책의 작은 귀퉁이에서, 고요해진 음성 사이에서 진다슬이라는 이름을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분명 다슬님다운 콘텐츠일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 이 인터뷰는 뉴그라운드 시즌 1 프로그램 <서로 서로 일 인터뷰>를 통해 디자이너 이소림 님이 진다슬 님께 묻고, 답변을 정리한 결과물입니다.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운영업무로는 스마트스토어, 네이버쇼핑, 검색광고 등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해 사업을 운영하시는 소상공인 사업자 여러분들과 블로그, 네이버TV, 오디오클립 등 창작자 여러분들의 제작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스튜디오를 방문해 사진과 제품영상을 촬영하는 이용자분들께서 요청하시면 조명 세팅을 도와드리거나, 녹음/쇼핑라이브 등 기술적인 지원을 해드리고 있어요.


Q.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대학생 때 시각효과실이라는 편집실 같은 실습실의 실장을 맡았는데, 학생회장의 요청으로 신입생들에게 편집과 CG에 대해 스터디를 해준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시각효과실 멤버들끼리도 스터디를 했었고요. 영화를 찍을 때도 저희 팀은 고학년인 메인 스텝들이 함께 하는 후배들에게 각자 본인이 맡은 파트에 대해 스터디를 해주자고 제안해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제가 알고 있는 촬영지식과 팁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 크게 부담되지 않고 익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충무로 영상센터에서 조교로도 일했는데, 그때 편집실을 이용하는 편집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질문을 할 때 그걸 도와주고 해결해주는 일에 보람을 느꼈어요. 대부분 비슷한 실수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걸 정리해보니 어떤 부분을 사람들이 어려워하는지, 또 놓치는지도 눈에 보여 더 노하우가 정리되었던 것 같고요. 그때 막연하게 나중에 이런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영상편집, 자주묻는질문 FAQ>라는 주제로 영상편집 팁을 알려드리는 콘텐츠를 블로그와 네이버TV에 매주 업로드하고 있어요. 이번엔 촬영과 편집 대신 기획과 대본을 맡아 조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Q. 특별히 기획과 대본을 맡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구성한 커리큘럼과 아이템으로 콘텐츠를 만들게 돼서 자연스럽게 기획과 대본을 맡게 됐어요. 지난 프로젝트 때 편집작업을 오랜만에 딥하게 하면서 잊고 있던 편집노하우들이 떠오르고 카테고리로 정리되더라고요. 이걸 콘텐츠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정리해놨거든요. 마침 회사에서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다고 하여 아이디어를 제출했는데 채택되어 제작하게 됐어요.

막상 해보니 기획이랑 대본 작성이 재밌네요. 지난 프로젝트 때 뾰족하지 못한 기획으로 조금 힘들었거든요. 대본도 조금 늦게 나오고, 편집한 걸 다시 뒤엎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엔 처음 기획부터 목차와 전달할 내용을 되게 명확하게 잡고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속이 시원해요.


Q. 다슬님이 이제까지 하신 일 경험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왜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좋아하는 건 새로운 영역의 업무가 생겨나면, 그 업무의 프로세스를 만들고, 다듬고, 또 가이드 문서로 정리하는 등 초기에 업무를 세팅 하는 일을 좋아해요. 


Q. 다슬님이 만드신 프로세스나 가이드 문서가 실제로 조직내에서 가동되게 하시는 노하우나 과정이 혹시 있으신가요?
파트에서 처음 하는 일의 경우, 제가 만든 문서를 기반으로 업무분담을 하는 회의를 제안해 활용하고 또 그걸 체크리스트로 발전 시켜 업무 운영에 잘 사용 했어요. 또 제 생각에 잘 만들어진 문서는 팀장님과 다른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생각해보니 어떤 문서들은 저조차 사용하지 않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적도 있는 것 같네요. 문서를 실제 업무에 잘 활용하고 또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 조직 내에서 잘 가동되게 하는 방법일 것 같아요! 

이번에 요청이 아닌 제 제안으로 업무가이드를 만들 계획이 있는데요. 우선 그 업무가이드를 제일 많이 보고 활용하실 상사에게 대략적인 가안을 만들어 보내며 의견을 여쭤봤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추가하길 원하는 항목이나 수정사항 있으시면 편하게 의견을 말씀해달라고 하니 회신을 주셔서 그에 맞게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Q.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콘텐츠를 만들고, 더욱 더 업무를 잘 해내고 싶거나 팀에 도움이 되고자  업무 가이드를 만들어 가신다는 점에서 다슬님은 늘 소통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중에 만들어진 나만의 콘텐츠 특징이나 나만의 노하우 같은 것들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제가 만드는 콘텐츠의 특징이라면 항상 분량이 긴 것 같아요. 너무 친절한 설명방식이랄까요? 물어보면 답을 해주기보다는 혹시 이런 게 어려울 수 있는데 그땐 이렇게, 이렇게 하면 돼요, 하고 미리 친절히 알려주는 편이에요. 

일단 저는 제일 모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차근차근 열심히 A부터 Z까지 알려줘요. 경험자이거나, 실력이 있는 사람은 거기서 본인이 필요한 사항을 선별해 듣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제 콘텐츠엔 목차나 카테고리, 넘버링을 신경 써서 해놓는 편이에요. 필요한 사항만 찾아볼 수 있게 말이죠.


"제가 알고 있는 촬영지식과 팁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 
크게 부담되지 않고 익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Q.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혹시 롤모델이 있으실까요? 10년 뒤의 다슬님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롤모델은 없지만, 회사에서의 모습을 막연히 상상해보자면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혹은 중요한 일을 진행할 때 찾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에 회사에서 인터뷰나 외부 강의가 필요할때 꼭 저희 파트장님께 요청하는 것이 인상 깊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제 콘텐츠와 내공,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여서, 또 쌓아가고 있어서 나눌 게 많은 사람, 말할 게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그럼 조직에서 하는 일 외에 관심을 두고 있거나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활동을 알려주세요.
언젠간 제 채널을 만들어서 유튜브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당분간은 회사에서의 콘텐츠 제작과 기획, 강의에 조금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채널을 운영하려면 좀 더 촘촘한 기획을 하고, 또 실행할 여유가 생겨야 할 텐데 그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아마 나중에 제 채널을 만들게 되면,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참 힘들었기 때문에,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현업자들의 취업스토리를 인터뷰해 올리고 싶어요.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또 그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은 것 같네요. 


Q. 만약 다슬님이 콘텐츠 제작 회사를 차리거나 콘텐츠 제작 크루를 꾸린다면, 어떤 동료가 다슬님께 필요할까요?
같이 의논하고 기획을 좀 더 촘촘히 세워갈 수 있는, 의견을 잘 나눌 줄 아는 크루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관점과 관심사로 함께 더 촘촘한 기획을 만들어가고 대본을 작성해갈 수 있는 크루가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또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저 또한 일에 대한 에너지 말고 너무 많은 감정을 신경 써야 해서 힘들더라고요. 점점 대화도 없어지고… 어려운 일을 함께할 때 서로 적이 되기보다는 동료애가 깊어지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요.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또 그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은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다슬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정말 저의 자신감과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예요. 제 삶에서, 또 제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 만족스러운 일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삶의 만족지수는 정말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커리어가 꼬일 땐 참 우울하고 불안했어요. 사람들도 피하고 만나지 않게 되고요. 

아마 저는 평생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는 못살 것 같아요. 그래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일은 돈을 버는 수단, 자아는 퇴근 후 찾자'는…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제 일이 정말 좋은데요. 제가 제 능력껏 또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사람들을 돕고, 또 저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네요. 이제 일은 충분히 좋아하는 것 같으니 잘만 하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글. 이소림(어린이를 위한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