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딩’을 모두 책임지는, 김민정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 멀리 가게 해줘요"


김민정 님은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딩’을 모두 책임지는 올라운드 마케터입니다. 가치와 숫자의 하모니를 좋아해서 마케팅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과 일상에서도 호기심의 선순환으로 긍정적인 하모니를 만들고 있고요.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동료를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한 민정 님의 일하는 태도는 단지 함께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민정 님과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 이 인터뷰는 뉴그라운드의 일대일 인터뷰 프로그램을 통해 정리된 결과물입니다. 



민정 님,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나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쭉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현재 No.1 프리랜서 마켓 <크몽>의 마케팅 디렉터이고, 직전에는 ‘스터디맥스’라는 회사에서 <스피킹맥스>를 주로 다루는 광고전략 파트장으로 역할 했어요. 그전에는 ‘NHN search marketing’이라고 네이버가 키워드 광고 상품을 개발하던 당시 자회사로 설립했던 퍼포먼스 마케팅 회사에서 처음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고요. 2019년에 
<나를 지켜준 편지>를 공동 저자로 출간하기도 했고, 팟캐스트 <마케팅 읽어주는 제인> 운영하기도 해요. ‘독서 모임'도 이끌고 있고요.


마케터로 12년 차 이신 거네요. 지금까지 일하며 여러 선택을 했겠지만,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첫 회사(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에서 두 번째 회사(스터디맥스)로 옮길 때,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어요. 그 동안 업무 강도가 아주 높게 일하느라 몸이 망가지는 걸 뒤늦게 알았죠. 당시 광고주였던 ‘스터디맥스’ CMO님이 병문안 오셔서 스카우트 제안을 하신, 아주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직업인으로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어요. 
인하우스 마케터가 되고 비로소 ‘마케터’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된 것 같아요. 그 후, 퍼포먼스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브랜딩 홍보까지 ‘마케팅’이라 불리는 업무 전방위적으로 경험을 확장했고, 팀 빌딩 뿐만 아니라 리더로서의 경험도 강화하게 되었죠.


역시 또 여러 일이 기억에 남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요? 
<스피킹맥스>에서 TVC를 처음 방영하던 날, ‘응답하라 1988’ 중간CM으로 15초 광고가 나가는 순간 서버에 무리가 갈 정도로 회원가입 수가 폭발한 경험이 있어요. 그때 야근을 하며 당시 상사분과 같이 모니터링 하던 참이었어요. 캠페인 준비하느라 심신이 지치고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가 마주한 순간인데 찡-한 성취를 맛본 기억이죠.  극적인 ‘성취감’이 주는 짙은 기억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물어봐도 될까요?
<크몽>에서 경력직 채용을 통해 팀 규모를 늘리던 시기. 채용되어 온 분이 조직의 아쉬움을 토로하기에 합을 맞추고 맞장구를 치느라, 제가 그동안 품고 있던 아쉬움을 같이 쏟아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뒷이야기’에 동조한 일이었어요. 저는 “서로 좋아하면 일이 잘된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어요. 안 맞고 아쉬운 점이야 모두에게 있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다름을 어떻게 조율해 나아가느냐가 직업인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죠. 그 소명을 스스로 깼던 부끄러운 시기에요.


일하는 시간이 쌓이면, 민정 님이 방금 말한 나만의 기준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은데요. 민정 님에게 직업적으로 영감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해지네요. 
직업적 태도로 영감을 준 분은 <마케터의 일> 장인성 상무님, <일하는 마음> 제현주 작가님, 그리고 영화감독 봉준호님이 아주 강력해요! 우선 장인성 상무님의 차분한 전달력이 좋아요. 저는 <마케터의 일>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마케터야'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좋은 점을 찾아 큰 소리로 말한다"는 직업 정신을 선명하게 표현해 주셨기 때문이죠. 제현주 작가님은 <일하는 마음>에서 스키를 타는 에피소드를 통해 직업인의 성장에 관해 이야기해주셔요. 책의 전반에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다루시죠. 그 점이 참 좋았어요.  봉준호 감독님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열렬히 자신을 위한 직업적 삶을 살면서도 타인을 대하는 태도,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작업 같은 기본기를 엿보게 해주셔요. 이를테면 송강호 배우님을 처음 섭외하게 된 에피소드 (조연출일 때, 거절을 정성 들여 했던 것이 인상적으로 남아 후에 인연이 닿았던)를 통해 직업인 이전에 인간적 태도가 얼마나 직업관에도 스며들게 되는지를 배우죠. 


맞아요. 만나지 않아도,  일에 관련한 책이나 인터뷰를 통해서 근사하다고 느끼는 태도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멋지게 느끼는 것은 곧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인 것 같기도 하고요. 기본기가 탄탄하고 자신의 직업적 가치와 성장 욕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정 님이 일하며 들은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동료들은 민정 님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저는 “롤모델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책임감이 샘솟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런 피드백을 해주는 분에게나 동료나 후배들에게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 멀리 가게 해준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업무적인 지식은 많이 경험해보라고도요. 당장은 그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희한하게 도움이 되거든요.  마치 스티브 잡스가 말한 대로 점을 찍어 두면 선으로 연결된다고 했던 메시지처럼 말이죠. 


민정 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관한 태도가 느껴지는 답이네요. 최근에 민정 님의 전문성이 잘 드러난 일은 무엇이었나요? 민정 님의 전문성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가치와 숫자의 하모니가 좋아 마케팅을 직업으로 삼고 있어서,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딩’을 모두 책임지는 올라운드 마케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최근에 한 손에는 숫자를 들고, 한 손에는 감각적 결정을 해 나아가는 기분으로 <크몽까지 내 능력> 캠페인을 온에어했어요. 옥외 및 디지털 TV광고까지 확장되는 캠페인으로 진행할 예정인데요. 목표를 선명하게, 메시지의 방향과 가능하다면 KPI 수치까지 스케치하고 파트너사와 동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를 만들었어요. 제가 목표 수치나 매체 운영의 볼륨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팀의 감각적 결과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죠.

마케터의 영역은 무척 세분화되어 있고, 항상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일해야 하는 것 같아요. 많은 일이 그렇지만, 시장의 반응을 이끌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업이다 보니, 조금 더 빠르고 힙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한 특성을 가진 업의 한복판에서 마케터로서 어떤 성과와 영향력을 내고 싶나요?
맞아요. 트렌디 해야 하죠. 시장을 반응하게 해야 하니까요. 직업적 스킬의 영역도 구글/페이스북 등 매체가 정말로 눈 뜨면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합니다. 잘 따라가야 하죠. 어차피 지구상에 새로운 스킬이니 배우면 된다는 정신으로 지식 습득의 측면에서는 겁이 없어야 하는 것 같고요. 지혜의 측면, 트렌드의 측면에서는 촉을 바깥으로 세우고 있어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 안쪽에 안테나를 잘 세워둬야 좋은 마케터가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고객이 원하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브랜드가 걸어온 길에서 지켜야 할 것은 두고 버려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 말이에요.

마케터로서 ‘개인이 못 하는 일을 팀으로서' 큰 발자국을 남기며 해보고 싶어요. 저는 오래 잘하는 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싶은데 그게 꼭 지금처럼 ‘마케터일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거든요. 마케터의 삶을 주제로 두고 변주하면서 살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마케터'로서는 팀으로서 큰일을 해보고 싶어요.


지혜의 측면, 트렌드의 측면에서는 촉을 바깥으로 세우고 있어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 안쪽에 안테나를 잘 세워둬야 좋은 마케터가 된다고 생각해요.

마케터로서 팀으로 큰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에서 지금 민정 님이 하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또 팀워크가 얼마나 좋은지도 느껴져요. 일도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를 말하기도 그 둘을 분리하기보다 삶에서 잘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민정 님은 워크와 라이프를 어떻게 조화롭게 받아들이고 삶에서 풀어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업무 강도로 몸이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특히 이 부분을 고민하며 삶에서 풀어내고 계실 것 같아요.
일 욕심이 많은 편이라, 지금보다 미숙할 때는 강도 조절을 정말 잘 못 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일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숨 쉴 틈을 주려고 해요. 다행히 지금 조직은 저에게 주도적 결정권이 많이 쥐어져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일과 삶을 경계 짓는 게 워라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삶을 일의 동력으로 삼고 일을 삶의 동력으로 삼는 연결점을 만드는데 더 관심을 둬요. 쉬는 날 일 생각하면 큰일 날 것처럼 받아들이지 않고요. 오히려 건강한 연결 요소들을 발견하면 기뻐요. 업무 속에서 발견하거나 듣는 정보가 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경우가 많고, 휴일에 호기심을 해갈하는 활동 속에서 레퍼런스나 시장 탐색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요. 


처음 소개에서 언급한 독서 모임도 그런 의미에서 연결점이 되는 일 중의 하나일 것 같은데요.  민정 님에게 독서 모임은  어떠한 의미를 주는 “일”인가요?
독서 모임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워요. 대화를 나눌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를 나누는 친구와의 수다나, 직장동료와 스몰토크 나눌 때와 감도가 달라요. 독서 모임은 ‘대화의 희열'을 나눌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저한테는 그 점이 중요해요.

홀로 사유하고 글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지만, 생각을 확장하는 경험, 혹은 내가 타인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또 어떻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교감을 느끼는지는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책'이라는 주제를 놓고 나누면 비교적 깊이 있게 나누게 되는 것 같고요. 독서 모임이 주어진 시간에 비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쁨이고요. 이걸 ‘일’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성장하는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에요. 


일과 삶에서 연결점을 만들며 일하는 민정 님은 마케터로서 영감을 받기 위한 환경에 어떻게 스스로 노출하고, 받은 영감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나요?
마케터가 잘 맞는 직업이라고 느끼는 게 일상에서도 시장조사나, 좋은 자극을 위한 노력'을 쌓아둬야 그게 직업적으로도 반영되거든요. 평소에 저는 강렬한 호기심이 있고, 궁금하면 가보는 행동파라서 저의 재미를 위해서 많이 다녀요. 아이유가 콘서트에서 ‘영감’이라는 단어가 간지럽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저도 좀 그래요. ‘영감'은 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찌르르한 아티스틱한 표현인 것 같아서 저는 ‘자양분'이라는 표현을 잘 써요. 호기심을 발휘해서 제 안에 쌓아둔 경험은 좋은 자양분이 되어서 직업인으로서 에너지를 발휘하는데에도 선순환 작용을 해요. 아마 직업인으로서 책임의 연장으로 생각되었으면 에너지 발휘 못했을 거에요. 목적성 없이 많이 경험하고, 되도록 부지런히 기록해서, 필요할 때 기록을 통해 경험을 꺼내쓰는 권법을 씁니다.


호기심을 발휘해서 제 안에 쌓아둔 경험은 좋은 자양분이 되어서 
직업인으로서 에너지를 발휘하는데에도 선순환 작용을 해요. 


마지막으로 민정 님 자신은 스스로와 어떻게 연결점을 만드시는지 궁금합니다.
내 자신을 경청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상태를 알아야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건강할 수 있죠. 요가나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으며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요. 인간은 물리적인 신체를 가졌기 때문에 체력에서 기분이 만들어지고, 갈수록 컨디션이 능력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진행 및 정리. 신지혜 (뉴그라운드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