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뉴그라운드와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함께 한 <코워커스>를 통하여 김혜원 님께서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Q. 본업이 회계인데 조직 안에서 다양한 영역의 일을 하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회계만 하기에는 좀이 쑤셨어요. 회계 업무는 비슷하게 돌아가서 곧 익숙해지고 그러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곳은 스타트업이라서 비교적 업무 분배가 유연했어요. 제가 번역을 공부했고 출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대표님이 처음에는 작은 소책자를 교정 교열해보겠냐고 맡기셨고, 그걸 꼼꼼하게 해서 드렸더니 다음에는 다른 팀장님이 책자를 봐달라고 하셨어요. 그러다가 출판 크라우드펀딩, 출간기념회, 도서 출고 및 관리 업무를 하게 되었고, 아예 출판팀을 제가 담당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출판팀이 콘텐츠기획팀으로 확장되면서 매거진 창간호 기획도 하게 되었고요.
콘텐츠기획팀 업무 외에도 교재를 제작하는 과업은 외주를 받아 진행했어요. 저는 컨설턴트는 아니었지만 프로젝트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경험해보고 싶어서 제안을 주셨을 때 하겠다고 했죠. 프로젝트 참여는 처음이었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탓(?)에 매니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생용 디자인씽킹 교재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기획부터 콘텐츠 작성, 도서 제작, 결과 보고까지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출판팀과 콘텐츠기획팀을 담당하며 해온 일이 집약된 프로젝트여서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팀원들의 아이디어도 좋았고요.
Q. 회계와 출판은 흔하지 않은 겸직인 것 같아요.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이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활력이었어요. 회계만 했다면 아마 지겨워서 금방 퇴사했을지도 몰라요.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했던 경험이 저에게 '하고 싶은 일'을 알아가는 힌트가 되어 주었어요. 이러한 경험 덕분에 제가 기획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콘텐츠 기획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기획을 하며 영향력을 조금씩 확장하는 일을 시도할 수 있었어요. 기획이라는 영역이 저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왔고, 더 늦기 전에 커리어 전환을 시도해보겠다는 용기를 내었죠.
Q. 회계로 계속 커리어를 이어오셨는데 기획으로 커리어 전환을 하려고 하신다고요. 왜 안정적인 길을 버려두고 늦은 나이에 도전하려고 하나요? 저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정적이면서 동적이고, 계획적이면서 무계획적이죠. 한 쪽으로 치우친 삶이 저에게 맞지 않더라고요. 회계를 업으로 하다 보니 한 달, 분기, 반기, 일 년씩 반복되는 일이 저에게는 너무 단조롭게 느껴졌어요. 시시포스Sisyphos처럼 무의미한 노동을 반복하는 것 같았죠.
회사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번역 일을 했었는데요, 번역을 하고 나니 저에게 어떤 일이 잘 맞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저는 기승전결이 있는 일이 잘 맞더라고요.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에는 완전히 몰입해서 밤도 새고 주말도 없이 보내다가 프로젝트를 딱 마무리할 때의 쾌감이 좋았어요. 그리고 번역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업무에 융통성 있다는 점이 잘 맞았죠. 회계는 주어진 대로, 정해진 대로 해야 하는 일이었거든요.
Q. 회계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보람이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회계는 거의 모든 일에 필요한 영역이죠. 회계라는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회사가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회사는 어떤 상태인지,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명확하게 맡은 업무를 처리하고, 직원분들이 놓치는 부분을 알려드리고, 업무적 개선점을 제시하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팀원들과 함께 신고 기간을 보내면서 서로 돕고 힘냈던 경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요.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회계 업무의 특성이 제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 점이 힘들었어요. 회계는 답이 정해져 있거든요. 기한도 명확하고 기한을 넘기면 가산세가 발생하죠. 숫자가 1이라도 맞지 않으면 안 되는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이고요. 그래서 항상 쫓기는 기분으로 일을 했던 것이 심적으로도 부담이었어요.
Q. 회계라는 일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저를 사회인으로 데뷔시켜준 일이죠. 먹고살 수단이 되어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어요.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할 때나 소셜섹터로 진입할 때 회계라는 직무로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약간 애증의 관계 같기도 해요. 고맙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Q. '내 일', '나다운 일'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무엇이라 할 수 있나요?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몰입, 즐거움, 보람, 경제적인 이익.
몰입할 수 있는 일이란 제가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잘 해낼 수 있는 일이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관심 없는 영역의 일이거나, 너무 쉽거나 어려운 일은 몰입하기 어려우니까요. 저에게 적합한 일을 할 때 몰입할 수 있겠죠.
즐거움은 저라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영역에서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본능적으로 글에 끌리고 관심이 있어요. 글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안정감을 느끼고 몰입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죠.
보람은 일에 의미가 있을 때 느끼는 것 같아요. 개인적 성취나 팀의 성과도 보람의 이유가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이타적인 결과를 전달할 수 있을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이익은 차차 중요하다고 느끼는 영역이에요. 엄청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은 제 삶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수단이기도 하거든요. 제 삶이 지속 가능하려면 경제적인 이익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하니까요.
Q. '내 일'을 찾기 위해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었던 글로 돈을 벌어보고 싶었어요. 창작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서 번역을 배우기도 했고, 편집자가 되고 싶어서 편집자 학교에 지원해보기도 했고, 출판계에 발을 담그기 위해 출판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해보기도 했죠. 책 만드는 강의나 에디터 강의는 물론이고 저작권 강의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글 쪽으로 잘 안 풀렸어요. 잘 풀릴 만큼 쓰지도 못했지만요. 그나마 번역은 단행본 2권을 작업했지만, 작업 강도에 비해 수익이 너무 처참해서 지속할 수 없었죠.
저는 글쓰기 외에도 뭔가 작당 모의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말이죠. 친구들과 종이꽃을 접어서 연말에 길에서 팔기도 하고, 친구와 둘이 웹툰 스토리를 구상해보기도 하고, '사회에서 매몰된 사람들'에 대해 탐색해보는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빌라선샤인이라는 여성 커뮤니티에 소속되면서 뭐든지 시도해볼 수 있는 판이 깔렸고,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었어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다가 이 기획이 변화를 거쳐서 '1:1로 교환일기를 주고받는 익명의 여성 커뮤니티'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기획 모임에 참여해서 기획했던 ‘제주 한 달 살기’를 실행했는데요, 한 달 동안 '일하는 나'를 탐색하는 '갭먼스(Gap month)'를 보내고 와서 가이드북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창작자인 저와 기획자인 저를 마주할 수 있었어요. 아직 어떤 자아가 저에게 더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조합해서 창작도 하고 기획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앞으로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버티는 일’에서 ‘행복한 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일은 저에게 애증의 관계였어요. 사회적인 지위를 주고 돈이라는 수단을 주었지만, 그만큼 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고 목적 없이 버티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했거든요. 물론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럼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기획하고 시도하고 있죠. 이런 시도를 통해 ‘나다운 일, 지속 가능한 일’을 하고 싶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일의 모든 영역에서 행복할 수는 없겠죠. 힘든 지점도 버티는 지점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일을 했을 때 마음의 총합이 ‘행복’이었으면 좋겠어요. 삶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 불행하다면 인생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인터뷰는 뉴그라운드와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함께 한 <코워커스>를 통하여 김혜원 님께서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Q. 본업이 회계인데 조직 안에서 다양한 영역의 일을 하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회계만 하기에는 좀이 쑤셨어요. 회계 업무는 비슷하게 돌아가서 곧 익숙해지고 그러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곳은 스타트업이라서 비교적 업무 분배가 유연했어요. 제가 번역을 공부했고 출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대표님이 처음에는 작은 소책자를 교정 교열해보겠냐고 맡기셨고, 그걸 꼼꼼하게 해서 드렸더니 다음에는 다른 팀장님이 책자를 봐달라고 하셨어요. 그러다가 출판 크라우드펀딩, 출간기념회, 도서 출고 및 관리 업무를 하게 되었고, 아예 출판팀을 제가 담당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출판팀이 콘텐츠기획팀으로 확장되면서 매거진 창간호 기획도 하게 되었고요.
콘텐츠기획팀 업무 외에도 교재를 제작하는 과업은 외주를 받아 진행했어요. 저는 컨설턴트는 아니었지만 프로젝트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경험해보고 싶어서 제안을 주셨을 때 하겠다고 했죠. 프로젝트 참여는 처음이었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탓(?)에 매니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생용 디자인씽킹 교재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기획부터 콘텐츠 작성, 도서 제작, 결과 보고까지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출판팀과 콘텐츠기획팀을 담당하며 해온 일이 집약된 프로젝트여서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팀원들의 아이디어도 좋았고요.
Q. 회계와 출판은 흔하지 않은 겸직인 것 같아요.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이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활력이었어요. 회계만 했다면 아마 지겨워서 금방 퇴사했을지도 몰라요.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했던 경험이 저에게 '하고 싶은 일'을 알아가는 힌트가 되어 주었어요. 이러한 경험 덕분에 제가 기획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콘텐츠 기획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기획을 하며 영향력을 조금씩 확장하는 일을 시도할 수 있었어요. 기획이라는 영역이 저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왔고, 더 늦기 전에 커리어 전환을 시도해보겠다는 용기를 내었죠.
Q. 회계로 계속 커리어를 이어오셨는데 기획으로 커리어 전환을 하려고 하신다고요. 왜 안정적인 길을 버려두고 늦은 나이에 도전하려고 하나요? 저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정적이면서 동적이고, 계획적이면서 무계획적이죠. 한 쪽으로 치우친 삶이 저에게 맞지 않더라고요. 회계를 업으로 하다 보니 한 달, 분기, 반기, 일 년씩 반복되는 일이 저에게는 너무 단조롭게 느껴졌어요. 시시포스Sisyphos처럼 무의미한 노동을 반복하는 것 같았죠.
회사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번역 일을 했었는데요, 번역을 하고 나니 저에게 어떤 일이 잘 맞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저는 기승전결이 있는 일이 잘 맞더라고요.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에는 완전히 몰입해서 밤도 새고 주말도 없이 보내다가 프로젝트를 딱 마무리할 때의 쾌감이 좋았어요. 그리고 번역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업무에 융통성 있다는 점이 잘 맞았죠. 회계는 주어진 대로, 정해진 대로 해야 하는 일이었거든요.
Q. 회계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보람이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회계는 거의 모든 일에 필요한 영역이죠. 회계라는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회사가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회사는 어떤 상태인지,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명확하게 맡은 업무를 처리하고, 직원분들이 놓치는 부분을 알려드리고, 업무적 개선점을 제시하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팀원들과 함께 신고 기간을 보내면서 서로 돕고 힘냈던 경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요.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회계 업무의 특성이 제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 점이 힘들었어요. 회계는 답이 정해져 있거든요. 기한도 명확하고 기한을 넘기면 가산세가 발생하죠. 숫자가 1이라도 맞지 않으면 안 되는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이고요. 그래서 항상 쫓기는 기분으로 일을 했던 것이 심적으로도 부담이었어요.
Q. 회계라는 일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저를 사회인으로 데뷔시켜준 일이죠. 먹고살 수단이 되어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어요.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할 때나 소셜섹터로 진입할 때 회계라는 직무로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약간 애증의 관계 같기도 해요. 고맙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Q. '내 일', '나다운 일'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무엇이라 할 수 있나요?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몰입, 즐거움, 보람, 경제적인 이익.
몰입할 수 있는 일이란 제가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잘 해낼 수 있는 일이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관심 없는 영역의 일이거나, 너무 쉽거나 어려운 일은 몰입하기 어려우니까요. 저에게 적합한 일을 할 때 몰입할 수 있겠죠.
즐거움은 저라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영역에서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본능적으로 글에 끌리고 관심이 있어요. 글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안정감을 느끼고 몰입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죠.
보람은 일에 의미가 있을 때 느끼는 것 같아요. 개인적 성취나 팀의 성과도 보람의 이유가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이타적인 결과를 전달할 수 있을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이익은 차차 중요하다고 느끼는 영역이에요. 엄청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은 제 삶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수단이기도 하거든요. 제 삶이 지속 가능하려면 경제적인 이익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하니까요.
Q. '내 일'을 찾기 위해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었던 글로 돈을 벌어보고 싶었어요. 창작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서 번역을 배우기도 했고, 편집자가 되고 싶어서 편집자 학교에 지원해보기도 했고, 출판계에 발을 담그기 위해 출판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해보기도 했죠. 책 만드는 강의나 에디터 강의는 물론이고 저작권 강의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글 쪽으로 잘 안 풀렸어요. 잘 풀릴 만큼 쓰지도 못했지만요. 그나마 번역은 단행본 2권을 작업했지만, 작업 강도에 비해 수익이 너무 처참해서 지속할 수 없었죠.
저는 글쓰기 외에도 뭔가 작당 모의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말이죠. 친구들과 종이꽃을 접어서 연말에 길에서 팔기도 하고, 친구와 둘이 웹툰 스토리를 구상해보기도 하고, '사회에서 매몰된 사람들'에 대해 탐색해보는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빌라선샤인이라는 여성 커뮤니티에 소속되면서 뭐든지 시도해볼 수 있는 판이 깔렸고,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었어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다가 이 기획이 변화를 거쳐서 '1:1로 교환일기를 주고받는 익명의 여성 커뮤니티'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기획 모임에 참여해서 기획했던 ‘제주 한 달 살기’를 실행했는데요, 한 달 동안 '일하는 나'를 탐색하는 '갭먼스(Gap month)'를 보내고 와서 가이드북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창작자인 저와 기획자인 저를 마주할 수 있었어요. 아직 어떤 자아가 저에게 더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조합해서 창작도 하고 기획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앞으로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버티는 일’에서 ‘행복한 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일은 저에게 애증의 관계였어요. 사회적인 지위를 주고 돈이라는 수단을 주었지만, 그만큼 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고 목적 없이 버티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했거든요. 물론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럼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기획하고 시도하고 있죠. 이런 시도를 통해 ‘나다운 일, 지속 가능한 일’을 하고 싶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일의 모든 영역에서 행복할 수는 없겠죠. 힘든 지점도 버티는 지점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일을 했을 때 마음의 총합이 ‘행복’이었으면 좋겠어요. 삶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 불행하다면 인생이 얼마나 힘들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