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뉴그라운드와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함께 한 <코워커스>를 통하여 장수연 님께서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Q. 나를 대표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커뮤니티 기획이요. 소속 밖에서 커뮤니티 기획 프로그램에서 만난 참여자들끼리 전시와 등산회 등 커뮤니티가 형성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현재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커뮤니티 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요. 저의 개인적인 목표는 여성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서로 재미난 일들을 벌일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인데요. 지금 제가 있는 곳에서 어떻게 모임을 구성했을 때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시도해보고 있어요. 또한 제가 관심 있는 페미니즘과 다양성을 녹여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즐겨하지만 돈을 받은 적이 없는 일이 있나요? 사람들은 일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나는 일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요. 이 일은 나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있나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을 쓰고 전시했습니다. 총 3번의 동화책과 전시를 진행했고 각 주제는 여성연대, 지역 차별, 편견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 갖지 않는 주제를 읽기 쉬운 동화로 풀어 전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화를 보고 마음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으로 바뀔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싶습니다.
<오프콤>이란 창작 모임으로 활동하며 전시 이외에 각자의 기획으로 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기획안부터 운영, 브랜딩 등 일의 전반적인 사이클을 굴려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이었기에 팀원들이 서로 마음을 모아 일을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의 일을 작다고 평가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감사함을 표시하는 태도와 일을 할 때 순간순간에서 재미를 찾아서 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일 덕분에 재미로 시작한 일이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하려는 태도와 작은 일이라도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Q. 나의 일에 영감과 영향을 주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왜 그 주제를 일로 하고 싶나요? 페미니즘이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페미니즘을 알게 된 이후로 동물권과 환경 문제에도 관심 가지게 되었고, 남들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결국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에는 내가 당장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무력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어떤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큰 성차별이 드러나는 일터(연봉, 비정규직, 승진 등)에서 더 많은 여성이 대체 가능한 일이 아닌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가 이걸 재미있어할까?’ 인데요. 하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덜 지치고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친구와 일하며 프로그램 일정표를 작은 책으로 만든 적이 있는데요. 과정에서 수도 없이 실수를 했지만, 번갈아 가면서 실수하는 게 어이없고 웃겼어요. 그래서 패트와 매트처럼 뚝딱거리면서 재밌게 일했습니다. 일하는 과정 중에 매번 이러면 힘들겠지만 가끔은 서로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조금 더 행복하게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재미를 추구하며 일하고 싶습니다.
Q.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어떤 날이 있나요? 창작모임 <오프콤>이 해체될 뻔한 날이 생각이 납니다. 작년 초, 지역에서 8명의 여성과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전시가 끝난 후 아카이빙 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팀이 해체될 뻔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책을 만드는 과정 중에 팀원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이 팀원 전체에게 공유되지 않은 채 갈등이 커졌고, 책 기획팀이 임의로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기획팀 친구들에게 해결을 위해 끙끙거렸을 시간이 고맙고 힘들 때 도와주지 못한 상황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저와 팀원들은 잘못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고, 팀의 체계가 없어서 발생한 문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기획팀이 노력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와 팀원들끼리 사과할 문제들을 꺼내놓고 푸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후에 저희끼리 체계와 우선순위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저희 팀이 일할 때 지켜야 하는 룰을 함께 정했습니다. 다음번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팀원에게 공유하고 해결방식을 함께 찾는 식으로요. 모두가 동의하는 룰을 만들고 지난번의 일 경험에서 느낀 경험을 피드백하는 자리가 있었기에 재정비하고 1년을 더 달릴 수 있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일할 때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지난 일을 기억하며 해결해나가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Q. 일하며 들은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너는 책임감이 있어서 뭐든 잘할 거야. 함께해서 든든해.” 저와 일의 합이 잘 맞았던 달수란 친구에게 들은 피드백이 생각납니다. 함께 일하던 시기에 3개의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서로 못 챙기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상대방이 못 챙기는 부분을 누구랄 것 없이 챙기며 일했습니다. 친구와 일을 하며 업무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게 많았는데요. 제 일의 태도에 좋은 영향을 끼친 친구가 해준 말이라서 더욱 힘이 났어요. 서로가 책임을 다하며 일하면서 쌓은 두터운 신뢰 덕에 지지하고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는 동료를 만난 것 같아 기뻤습니다.
Q. 나의 전문성이 잘 드러난 경험은 무엇인가요? 나의 전문성을 단어나 문장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랜선 여행> 이라는 여행 사진 포스터 제작과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공간을 대관하기 위한 기획안을 작성하고 저희가 원하는 공간의 대표님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설득 후 공간 사용을 위해 공간 파트너와의 소통하며 기획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전시 공간으로 사용할 공간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아 곰팡이가 핀 외부 계단을 추천한다거나, 3층에 있는 주황색 책장에 전시하라고 하는 등의 의견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저와 팀원은 대체할 수 있는 대안들을 1차, 2차 준비해서 가져갔습니다. 공간 내부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테라스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5cm이하의 공간에서 옷걸이에 걸어서 하는 방식 등을 제안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저희가 가져간 여러 대안을 모두 거절하셨지만, 저희는 주변의 카페와 공간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운 좋게 과정 중에 공간 파트너가 변경되었고, 변경된 파트너가 저희의 기획에 대해 좋게 판단하여 공간의 전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Q. 한 일 중에, 다시 돌아가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최고의 삽질)이 있나요? 그 일로 내가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직장에서 인턴을 하면서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들으며 일했고, 점심시간도 지켜지지 않을 만큼 바빠서 20분 만에 밥을 마시듯 먹고 뛰어다니면서 일했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면서 일을 했지만 힘들게 들어온 회사라는 생각에 바로 그만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울증 증상과 몸에 변화가 생긴 이후에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고, 제가 나간 자리에 뽑혀서 새로 들어온 후임 2명이 일주일 만에 퇴사하는 것을 보고,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제가 이 일로 깨달은 것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 당연한 곳이라면 견디지 말고 나오자는 걸 느꼈습니다.
Q. 지금까지 내가 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그 선택을 하기 위해 무엇을 했고, 한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주어진 일을 일단 그냥 해봤던 작년의 선택들이 소중한 경험이 되었어요. 전공과 무관한 동화책을 쓰는 일부터 학교에서 진행한 동영상 강의 강사 등 소속 밖에서 일하며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려고 애썼습니다. 강의를 진행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은 너무 떨려서 5분 단위로 타임라인을 구성해 연습할 정도였어요.
과연 내가 경력 없이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을 성실하게 보내고 나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일을 다양한 사람들과 하고 싶어서 작년에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하고 다녔어요.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쌓은 기획 경험으로 현재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 하게 될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이 될까요? 왜 그 선택이 가장 중요할까요? 그 선택을 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앞으로 여성의 일과 관련된 성차별을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로 해결할 거예요. 제가 가장 관심 있는 이슈이자 가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극심한 성차별이 드러났는데요. 비정규직과 서비스직 같은 대체 가능한 인력에 여성들이 배치되어 있고 그것이 재난 상황과 연결되어 생계와 직결되는 것을 봤을 때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재밌는 일과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것을 지난 2년간 다른 지역에서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번 일을 통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뉴그라운드와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함께 한 <코워커스>를 통하여 장수연 님께서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Q. 나를 대표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커뮤니티 기획이요. 소속 밖에서 커뮤니티 기획 프로그램에서 만난 참여자들끼리 전시와 등산회 등 커뮤니티가 형성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현재 무중력지대 성북에서 커뮤니티 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요. 저의 개인적인 목표는 여성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서로 재미난 일들을 벌일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인데요. 지금 제가 있는 곳에서 어떻게 모임을 구성했을 때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시도해보고 있어요. 또한 제가 관심 있는 페미니즘과 다양성을 녹여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즐겨하지만 돈을 받은 적이 없는 일이 있나요? 사람들은 일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나는 일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요. 이 일은 나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있나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을 쓰고 전시했습니다. 총 3번의 동화책과 전시를 진행했고 각 주제는 여성연대, 지역 차별, 편견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 갖지 않는 주제를 읽기 쉬운 동화로 풀어 전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화를 보고 마음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으로 바뀔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싶습니다.
<오프콤>이란 창작 모임으로 활동하며 전시 이외에 각자의 기획으로 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기획안부터 운영, 브랜딩 등 일의 전반적인 사이클을 굴려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이었기에 팀원들이 서로 마음을 모아 일을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의 일을 작다고 평가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감사함을 표시하는 태도와 일을 할 때 순간순간에서 재미를 찾아서 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일 덕분에 재미로 시작한 일이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하려는 태도와 작은 일이라도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Q. 나의 일에 영감과 영향을 주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왜 그 주제를 일로 하고 싶나요? 페미니즘이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페미니즘을 알게 된 이후로 동물권과 환경 문제에도 관심 가지게 되었고, 남들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결국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에는 내가 당장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무력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어떤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큰 성차별이 드러나는 일터(연봉, 비정규직, 승진 등)에서 더 많은 여성이 대체 가능한 일이 아닌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가 이걸 재미있어할까?’ 인데요. 하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덜 지치고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친구와 일하며 프로그램 일정표를 작은 책으로 만든 적이 있는데요. 과정에서 수도 없이 실수를 했지만, 번갈아 가면서 실수하는 게 어이없고 웃겼어요. 그래서 패트와 매트처럼 뚝딱거리면서 재밌게 일했습니다. 일하는 과정 중에 매번 이러면 힘들겠지만 가끔은 서로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조금 더 행복하게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재미를 추구하며 일하고 싶습니다.
Q.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어떤 날이 있나요? 창작모임 <오프콤>이 해체될 뻔한 날이 생각이 납니다. 작년 초, 지역에서 8명의 여성과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전시가 끝난 후 아카이빙 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팀이 해체될 뻔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책을 만드는 과정 중에 팀원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이 팀원 전체에게 공유되지 않은 채 갈등이 커졌고, 책 기획팀이 임의로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기획팀 친구들에게 해결을 위해 끙끙거렸을 시간이 고맙고 힘들 때 도와주지 못한 상황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저와 팀원들은 잘못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고, 팀의 체계가 없어서 발생한 문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기획팀이 노력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와 팀원들끼리 사과할 문제들을 꺼내놓고 푸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후에 저희끼리 체계와 우선순위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저희 팀이 일할 때 지켜야 하는 룰을 함께 정했습니다. 다음번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팀원에게 공유하고 해결방식을 함께 찾는 식으로요. 모두가 동의하는 룰을 만들고 지난번의 일 경험에서 느낀 경험을 피드백하는 자리가 있었기에 재정비하고 1년을 더 달릴 수 있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일할 때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지난 일을 기억하며 해결해나가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Q. 일하며 들은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너는 책임감이 있어서 뭐든 잘할 거야. 함께해서 든든해.” 저와 일의 합이 잘 맞았던 달수란 친구에게 들은 피드백이 생각납니다. 함께 일하던 시기에 3개의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서로 못 챙기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상대방이 못 챙기는 부분을 누구랄 것 없이 챙기며 일했습니다. 친구와 일을 하며 업무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게 많았는데요. 제 일의 태도에 좋은 영향을 끼친 친구가 해준 말이라서 더욱 힘이 났어요. 서로가 책임을 다하며 일하면서 쌓은 두터운 신뢰 덕에 지지하고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는 동료를 만난 것 같아 기뻤습니다.
Q. 나의 전문성이 잘 드러난 경험은 무엇인가요? 나의 전문성을 단어나 문장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랜선 여행> 이라는 여행 사진 포스터 제작과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공간을 대관하기 위한 기획안을 작성하고 저희가 원하는 공간의 대표님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설득 후 공간 사용을 위해 공간 파트너와의 소통하며 기획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전시 공간으로 사용할 공간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아 곰팡이가 핀 외부 계단을 추천한다거나, 3층에 있는 주황색 책장에 전시하라고 하는 등의 의견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저와 팀원은 대체할 수 있는 대안들을 1차, 2차 준비해서 가져갔습니다. 공간 내부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테라스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5cm이하의 공간에서 옷걸이에 걸어서 하는 방식 등을 제안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저희가 가져간 여러 대안을 모두 거절하셨지만, 저희는 주변의 카페와 공간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운 좋게 과정 중에 공간 파트너가 변경되었고, 변경된 파트너가 저희의 기획에 대해 좋게 판단하여 공간의 전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Q. 한 일 중에, 다시 돌아가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최고의 삽질)이 있나요? 그 일로 내가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직장에서 인턴을 하면서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들으며 일했고, 점심시간도 지켜지지 않을 만큼 바빠서 20분 만에 밥을 마시듯 먹고 뛰어다니면서 일했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면서 일을 했지만 힘들게 들어온 회사라는 생각에 바로 그만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울증 증상과 몸에 변화가 생긴 이후에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고, 제가 나간 자리에 뽑혀서 새로 들어온 후임 2명이 일주일 만에 퇴사하는 것을 보고,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제가 이 일로 깨달은 것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 당연한 곳이라면 견디지 말고 나오자는 걸 느꼈습니다.
Q. 지금까지 내가 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그 선택을 하기 위해 무엇을 했고, 한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주어진 일을 일단 그냥 해봤던 작년의 선택들이 소중한 경험이 되었어요. 전공과 무관한 동화책을 쓰는 일부터 학교에서 진행한 동영상 강의 강사 등 소속 밖에서 일하며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려고 애썼습니다. 강의를 진행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은 너무 떨려서 5분 단위로 타임라인을 구성해 연습할 정도였어요.
과연 내가 경력 없이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을 성실하게 보내고 나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일을 다양한 사람들과 하고 싶어서 작년에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하고 다녔어요.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쌓은 기획 경험으로 현재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 하게 될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이 될까요? 왜 그 선택이 가장 중요할까요? 그 선택을 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앞으로 여성의 일과 관련된 성차별을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로 해결할 거예요. 제가 가장 관심 있는 이슈이자 가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극심한 성차별이 드러났는데요. 비정규직과 서비스직 같은 대체 가능한 인력에 여성들이 배치되어 있고 그것이 재난 상황과 연결되어 생계와 직결되는 것을 봤을 때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재밌는 일과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것을 지난 2년간 다른 지역에서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번 일을 통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