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나'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김성호 "합리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나의 강점을 나의 언어로 공유하는 직업인으로서,
조직의 문화를 합리적으로 만들어가는 관리자로서,
건강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김성호

* 이 인터뷰는 뉴그라운드의 일대일 인터뷰 프로그램을 통해 정리된 결과물입니다. 


성호 님,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는 세무사사무실에서 세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16년 동안 해왔어요. 한 우물을 쭉 파고 있죠. 대학교 졸업 후에 가졌던 첫 직업 이후에 잠시 쉬고 계속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의 연차가 쌓이는 만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추천받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공백이 있어도 이전의 역량을 인정받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직업이에요. 실제로 연차가 쌓이는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요.


16년이면 긴 시간인데, 오래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면서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 경제적인 목표를 설정했는데,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달려왔어요. 10년간 정말 앞만 보면서 일했어요. 그 정도 시간이 쌓이니 목표를 이뤘는데, 이후에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슬럼프로 몸이 아팠어요. 병가로 한 달을 쉬었는데도 낫지 않아서 일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일을 손에서 놓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업무 강도를 조금 낮춰서 일하며 건강도 돌보고, 소홀했던 육아에도 집중하며 회복하는 시간을 1년 정도 보냈어요.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인데, 몸이 신호를 줬던 것 같아요.


이후에는 나와 일, 가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며 일하고 있어요. 10년을 기점으로 동력이 바뀌었는데, 지금은 인간 김성호의 직업인으로서 성장과 가정을 돌보는 역할의 균형이 동력이에요.

연차에 따라 어떤 역량을 쌓아왔나요?
3년 차까지는 일을 흡수하는 기간이었어요. 실무를 익혔죠. 세금 쪽에 중요한 신고가 1년에 한 번이라서 3년이어도 3번 하는 거죠. 3년 정도 되니 실무를 익히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7년 차까지는 내가 배운 것으로 거래처를 설득할 수 있게 되고요. 실무 지식이 있으니까 언어로 표현이 되는 거죠. 7년 차 이후에는 세무사무원의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역량을 쌓을 수 없는 예도 있는데, 첫 회사를 잘 만나서 연차에 따라 역량을 잘 쌓아온 편이에요.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계속 역량을 성장시키며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일하며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이직해서 왔던 동료가 기억에 남아요. 저는 회사의 주어진 관습을 받아들이며 일하고 있었거든요.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동료는 관습을 바꾸는 방식으로 일을 하더라고요. 하던 대로 하는 방식에서 의견을 내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선했어요. 이후에 일하는 방식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성호 님이 일터에서 가장 자주 듣는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마감이라는 기간에 맞춰서 해내면 되는 특성이 있는 직종이라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피드백은 없지만, 역시 빠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숫자를 다루는 직업에서 빠르다는 건 칭찬인데, 어쩐지 아쉬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혹시 듣고 싶은 피드백이 있나요?
저는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데, 인정보다는 업무를 많이 줬죠. 일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성과도 내는 편인데, 이런 저의 역량을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과 일을 해왔어요.


이 업무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일이 무척 중요한데, 잘 설득했다고 느낄 때 뿌듯해하며 셀프 칭찬을 많이 하며 일하고 있지만, 상사에게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하고 싶은데, 제가 경험해보지 못해서 쉽지 않네요. 하지만 팀으로 일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좋은 피드백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팀으로 일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세법이 매번 개정되는데, 각자 맡은 일에서 적용하며 일해야 실수 없이 업무를 할 수 있어서 의논하면서 해야 하거든요. 일이 많을 때는 개정 세법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일 처리를 하게 되기도 하는데, 팀을 꾸려서 각자의 위치에서 공부하고 의논하며 풀어야 할 이슈가 분명히 있어요. 팀으로 일해야 함께 더 잘 할 수 있게 되지요. 업무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함께 의논하며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터에서 성호 님의 전문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제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객들이 내야 할 세금에 대해서 올바른 시각을 갖게 해서 손해 보지 않는 기분으로 낼 수 있게 해야 하거든요. 세금을 정직하게 낼 수 있도록 설득하는 전문성이 있죠. 고객의 대부분이 세금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적정하게 납부할 수 있게 해야 해요. 고객들이 적정하고 정당한 세금을 내도록 하는 일이 고객들에게도 도움이 되거든요.


지금까지 일하며 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한 회사에서 안정적인 틀 안에서 내부의 여러 가지 직무, 거래처들을 맡아가며 변화를 추구해 왔지만 이직하는데 큰 두려움이 있었었어요. 그런데 남편의 갑작스러운 근무지 변경으로 인해서 퇴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왔었죠. 10년 차 이상이 된 후에는 일에서의 ‘자유’를 추구하며 일하고 싶었는데, 상황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되면서 지금 조직에서 일하기 전까지 여러 경험을 했어요.


재택이나 비대면으로 일하는 업무 환경의 변화를 주기도 하고, 다양한 거래처와 일하기도 하면서 내가 어떤 환경과 구조에서 일하기를 원하는지 실험할 수 있었죠. 여러 경험 끝에 ‘일하고 싶다’라고 느낀 지금의 회사를 만나게 됐어요. 처음에는 신생 회사여서 대표님과 둘이서 일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직원이 한 명 더 들어오면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구성원 모두가 잘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구축하고 싶어요. 저는 팀으로 일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라서 쌓아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의 구성원들과 업무에 적합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성호 님의 블로그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선배가 후배에게 알려 주듯이 친절하게 운영하시더라고요. 꽤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 같고요. 이 블로그를 만든 계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다해서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개인적인 일상이나 업무를 잘 표현하지 않았었는데, 일을 10년 이상 하게 되니, 문득 ‘나도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가져가고 싶기도 했고요. 블로그에 세무사무실에 대한 내 생각이나 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찐정보’라는 피드백이 오는 것도 좋더라고요. 블로그를 보신 분이 연락을 주셔서 거래가 성사된 적도 있고요. 덕분에 성과급을 받기도 했어요.


블로그에 저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직업인’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가고 있어요. 다양하고 넓은 연결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고요. 요즘 생활의 활력 중 하나예요.

올해는 속한 조직에서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또 성호 님의 노하우와 역량을 글로 공유하며 직업인으로서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데요. 2022년에는 어떻게 일하고 싶으세요.
지금 일터에서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고 싶어요. 업무시간(야근)과 생산성에 관한 데이터가 일터에 없어요. 일을 빨리하면 일이 많이 오는 구조예요. 일한 것을 서로가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데이터나 기록으로 남겨 두고 생산성을 논의하고 싶어요. 합리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업계에서 관성적으로 하는 불합리한 일들을 바꾸고, 사례를 알리고 싶어요. 느낌으로 바꾸기보다 데이터로 바꾸고 싶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인터뷰, 정리. 신지혜 (뉴그라운드 공동대표)


인터뷰어 지혜의 코멘트

인터뷰를 하며 성호 님께서 실무자로서 부단하게 노력한 시간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역량을 쌓았기에 지금의 대체 불가능한 성호 님이 되셨겠지요. 이제는 실무를 잘 해내는 직장인에서 나의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하며 더 다양한 가능성을 만드는 직업인으로 나아가고 계시네요. 전문성은 나의 언어로 분명하게 말할 때 더 단단하게 멀리 나갈 힘을 얻습니다. 성호 님께서는 자기의 전문성을 꾸준히 성호 님의 언어로 만들고 계신 것 같아요. 가능성의 확장도 경험하고 계시고요.

시기에 따라 필요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서 꾸준히 학습하고 실행하는 성호 님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관리자의 역할도 충분히 잘 해내실 겁니다. 조직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다고 합니다. 종종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도 맞닥뜨리겠지만, 성호 님 특유의 설득력과 학습력으로 성호 님이 속한 조직만의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실 거예요.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넓어지는 과정에서 성호 님에게 도전의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주변에 도전과 즐거움의 에너지를 공유하며, 더 많은 가능성과 만나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