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뉴그라운드 프로그램 <내-일을 위한 스스로 인터뷰>를 통하여 정다정 님께서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작은 지구를 위한 실험실(이하 작지실)에서 실험을 벌이고 있어요. 작은 지구라는 말은 데이비드 오어 책 〈작은 지구를 위한 마음〉 에서 발견한 단어에요. 책 속에서 작은 지구는 우리가 자주 바라보는 장소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작은 지구는 거주하는 지역인 수원이에요. 지역에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친구들을 모아 하나둘씩 해보고 있어요. 작년에는 지역에서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함께 더 큰 실험을 벌이고 싶어 워크숍과 행사를 부단히 열었어요. “우린 이런 거 관심 있는데 너는 어때 같이 할래?”라는 마음으로요. 제가 생각해도 재밌는 행사를 기획하니 다양한 사람들의 호응과 만남이 이뤄졌어요. 올해는 수원시 예산으로 제작한 수원 친환경 컵 큐피드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서명과 의견을 받았어요. 그동안 나눈 느슨한 연대 덕분에 300여 명의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받았고, 수원 친환경컵을 맡은 자원재활용팀에 면담을 요청하였는데 만능 대답 ‘코로나로…’ 답변을 듣고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동시에 생활임금을 위해 작지실 활동을 하며 쌓은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삼아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이하 두드림) 전시교육부에서 대체 근무하고 있어요. 교육개발팀에서도 역시 환경교육을 다양한 방향으로 풀어내려고 이런저런 일들을 실험해보고 있어요.
작지실과 동일하게 실험을 벌이고 있지만, 임금을 받는 두드림에서 벌이는 실험은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요?
저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는데 한계가 없어요(웃음). 두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데 하나는 코로나로 비대면 온라인 주말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일이에요. 누구나를 위한 교육을 위해 부득이하게 우편으로 프로그램 준비물을 보내고 있는데, 재료의 편리성을 고려하여 선택하다 보니 대부분이 일회용품이에요. 좋은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탄소중립사회에서 재료부터 고민이 필요하다 여겨,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을 자원순환하는 공장에 보내 천연커피점토가루로 교환하고 있어요. 자원을 재사용하니 새로운 자원개발에 비해 탄소 발생량이 적고, 천연커피점토가루를 이용하여 화분 만들기를 한 후 부식되면 흙에 버리면 퇴비가 되니 최종적으로 가루를 담은 종이봉투 한 장만 쓰레기로 남아요. 또 하나는 토종 씨앗의 가치와 이야기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두드림 지하 1층에는 수원씨앗도서관이 있는데, 도서관처럼 씨앗을 대출 반납해요. 작년에는 코로나로 기관이 문이 닫히는 날이 많아 씨앗 대출률이 거의 없었데요. 그런데 씨앗은 땅에서 자라는 경험을 하지 못하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발아율이 낮아져요. 토종 씨앗을 잇기 위해 열심히 모은 씨앗을 보관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올해는 환경 관련한 행사장에 이동씨앗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임금의 유무를 벗어나 두 가지 일 모두 공통으로 ‘환경'과 ‘실험'을 주제로 하네요. 현재는 ‘환경’을 위한 일을 하지만 첫 일의 시작은 어린이집 교사였어요. 일과 일 사이에 어떠한 흐름이 있었나요?
청소년기에 마주한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님은 제게 선한 영향력이 가지는 힘의 최대치를 보여준 사람이었어요.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사회복지를 공부하였는데, 다양한 연령과 활동을 경험할수록 ‘영향력(권한)’을 가지는 일에 따르는 동일한 의무를 배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권한과 의무는 말 한만큼 약속을 지켜내는 일인데, ‘어린이'와 함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닌 가꾸는 교육을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는데, 교육은 쌍방향이 아닌 다방향이라는 것을 교사 생활 내내 깨달았어요. 아이의 성장은 교육뿐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매 순간 바뀌었고 그만큼 중요했어요. 당시 제가 마주한 환경은 ‘미세먼지'와 ‘세월호’였어요. 두 가지 환경을 경험하며 안전한 환경의 중요성을 깊게 느꼈지만, 실제 현장에서 한 일은 보호자의 컴플레인에 대응하는 것이었어요. 결국 저는 현장에서 가꾸는 교육에 대한 충분한 조건을 찾지 못했고, 일 년 정도 일을 쉬면서 찾은 답은 더 넓은 환경을 바라보는 마을이었어요.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마을 활동을 하는 도서관에 열 개의 활동가 모임이 있었고, 활동가들과 마을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각 모임의 방식과 주제로 부단히 공부하고 행동했어요. ‘건강한 먹거리’ ‘사회 이슈' ‘책 큐레이션' 등으로 연대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였고, 그 안에는 늘 환경이 있었어요. 당시엔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면 대부분이 아마존, 북극곰과 같은 큰 지구의 이야기여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사상 최대라는 말로 매번 달라지는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다 코로나 시대가 오고 나니 무엇보다 환경이 먼저임을 깨달았어요. 배움이 아닌 환경을 위해 활동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작지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일의 흐름을 말하니 모든 일 경험의 이름을 나열하면 각각 다르지만, 멈춤과 변화 이음 과정을 겪으면서 일은 직업의 의미보다 제가 품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모든 일 경험의 이름을 나열하면 각각 다르지만,
멈춤과 변화 이음 과정을 겪으면서
일은 직업의 의미보다 제가 품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일의 흐름을 들어보니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일을 경험하였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경험은 무엇인가요?
수원YMCA가 위탁운영 하는 희망샘도서관에서 일한 시간이 크게 마음에 남아요. 가장 오랜 시간 일 경험을 한 곳이면서 교육과 환경 사이에 이음을 마련해준 곳이에요. 도서관에서 경험한 일은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곳이어서, 제안과 동시에 기획과 진행이 이루어져서 하고 싶은 일들의 90%를 하였어요. 그 중 기억에 남는 일 경험은 ‘미세먼지 토론회'에요.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면서 관심사가 높아졌던 해에 도서관 주간 행사로 진행하였는데,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였어요. 당시에는 모두를 대상으로 발제와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에는 어른만 있는 것이 아니고 환경은 모두가 살아가는 곳이잖아요! 익숙함을 벗어나 모두를 위한 자리로써 수원시에서 이뤄지는 정책과 미세먼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의 질문과 답을 들으며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의 소감을 듣는데 이러한 과정이 여러 번 필요함을 느꼈어요. 작년에 질병관리본부청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브리핑을 한 경험을 생각하면 더더욱 필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토론회에서 나눈 이야기는 수원시청에 제안서로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아쉽게도 답변을 얻지 못했지만 참여하는 정치를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회고하면서 또 다른 깨달음과 배움이 새록새록 하지만, 말하는 대로 경험하는 일들을 펼치다 보니 자주 소진되었고 또 한 번 멈춤의 시간이 필요해졌어요.
소진 과정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을텐데 ‘멈춤’의 순간을 어떻게 발견하나요?
어떠한 일 경험의 시작은 늘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이 있었는데, 더 이 일에 질문이 없을 때 멈췄어요. 질문이 없다는 것은 제게 있어서 이 일에 더 애정이 없다고 생각해요. 애정이 있을수록 더 많이 알고자 질문하며 알아 가기를 바라잖아요. 마치 처음 취미를 시작하면 하나하나 궁금하고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궁금한 것처럼요.
세 번의 일 사이에 두 번의 멈춤이 있었어요. ‘멈춤'의 시간 동안에는 무엇을 하였나요?
삶을 살아가는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바로 답을 얻기도 했지만, 여행 과정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할 때 답을 얻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덕분에 구체적인 답을 찾고 마음은 한 뼘씩 넓어졌어요. 넓어진 마음으로 먼 시야를 내다보는 용기 속에서 이 전의 일 경험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일을 찾기보다, 제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곳을 찾고 기다리며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현재의 제가 있네요!
멈춤의 순간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나를 잘 보호한다는 것 같아요. 그런 다정님에게도 다시 돌아가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나요?
당연히 있죠. 도서관 다양한 사업 중 관장님의 제안으로 모든 직원이 도서관 내부 프로그램인 인문학 강의에 참여하였어요. 제가 입사하기 전에는 퇴근 후 인문학 강의 필수 참여였지만, 직원들이 퇴근 후 매주 참여는 힘들다고 하여 2주에 한 번만 퇴근 시간에 참여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그런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직원들의 인문학적 사고능력향상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상・하반기에 따라 주제가 저의 관심사와 너무너무 다르거나 중요한 약속이 생겼지만, 암묵적으로 빠진다고 말할 수 없을 때는 답답했어요. 원하는 강의를 듣지 않을 때면 강의를 듣는 기쁨보다 추가 노동을 해야 하는 답답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답답함에 선배들에게 왜 들어야 하는지 물었지만 “관장님 말"이 답이었고, 반대로 제가 제안한 일을 무조건해야 된다면 지금처럼 모두가 무조건 하였을까 질문하였을 때 ‘그렇지 않다'로 답변을 얻게 된 후 이 일을 멈추기로 하이었어요. 그 순간 아무리 좋은 의도로 누군가 제게 도움이 되리라 예상하며 권유한 일이라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아무리 좋은 의도로 누군가 제게 도움이 되리라 예상하며 권유한 일이라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다정 님이 하는 일에는 분명한 이유가있네요. 이유가 분명한 일들의 직업적 이름은 다르지만 모든 일에는 늘 교육이 있어요. 활동에서 교육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업마다 교육의 의미와 크기가 달랐어요. 제게 있어 교육은 TV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 같아요. 세바시에서 각각의 연사에게 주어진 15분 동안 사람들은 각자 가진 메시지를 주고자 최선을 다해 말을 하잖아요. 누군가에게 교육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교사'가 아닌 사람에게는 각자의 가치관과 방향을 공식적으로 전할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이기에 더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제 이야기를 들은 개개인이 경험한 밀도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낼 수 있으니까요. 만일 교육을 하지 않고 바깥에서 제 생각을 말하고 다닌다면 누가 제 말을 귀 기울여줄까요? 주어진 교육 시간을 더욱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교육 시간에 최선을 다해 말하는 다정 님의 모습이 상상되네요. 단단함을 가진 다정님만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경험하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영감을 준 사람이 있었나요?
늘 일 경험에서 막내의 자리에 있었어요. 지금도요. 막내는 누구에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움을 제안하기를 은근히 기대받는 자리잖아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시작만큼 새로움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획이 넘쳐나는데, 경험이 부족하니 현실 가능한 실행력이 부족했어요. 그런 저의 부족한 실행능력은 메워주는 동료가 있었어요. 동료라 부르기에는 직장동료 중에 가장 많은 나이 차이가 (거의 2배)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지지하는 태도에 늘 감탄했고 살을 덧붙여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제안을 주어서 좋은 기획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어요. 덕분에 완성도 있는 새로움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부터 스스로 지속하는 힘을 내는 계기가 동료일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좋은 동료에 대한 필요성을 깊게 깨달았어요.
일 경험에서 좋은 동료는 일의 힘을 더하는 외부의 힘이라면, 피드백은 나를 단단히 다지는 내부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정 님의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피드백 대부분은 이름을 따라서 다정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너무 자주 들어서 가끔은 저를 다정스러운 사람을 만들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보다 단단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를 더 힘을 받아요. 단단하다는 말이 주는 의미가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들리는데, 말의 힘이 가지는 에너지가 다른 말들에 비해 커다랗게 느껴져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에너지를 채우는 기분이랄까요? 피드백 하나당 (게임을 좋아하지 않지만) 게임 캐릭터처럼 든든한 물약 병 하나를 얻는 것 같아요.
단단함을 가진 다정 님이 앞으로 일에서 어떤 모습을 발견하고 싶으세요?
단단함을 가지고 이미 경험해보았고 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크기와 높낮이를 오르락내리락 또는 지그재그 걸으면서, 현재 하는 작은 지구를 위한 실험실의 실험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멈춤과 변화 이음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였지만, 앞으로도 질문하고 답을 찾고 싶은 실험해 볼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요. 더군다나 환경은 범위가 다양하니 앞으로의 일의 흐름에는 환경이 꾸준히 있겠네요. 앞으로의 제가 더 궁금해지네요.
*인터뷰는 뉴그라운드 프로그램 <내-일을 위한 스스로 인터뷰>를 통하여 정다정 님께서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작은 지구를 위한 실험실(이하 작지실)에서 실험을 벌이고 있어요. 작은 지구라는 말은 데이비드 오어 책 〈작은 지구를 위한 마음〉 에서 발견한 단어에요. 책 속에서 작은 지구는 우리가 자주 바라보는 장소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작은 지구는 거주하는 지역인 수원이에요. 지역에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친구들을 모아 하나둘씩 해보고 있어요. 작년에는 지역에서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함께 더 큰 실험을 벌이고 싶어 워크숍과 행사를 부단히 열었어요. “우린 이런 거 관심 있는데 너는 어때 같이 할래?”라는 마음으로요. 제가 생각해도 재밌는 행사를 기획하니 다양한 사람들의 호응과 만남이 이뤄졌어요. 올해는 수원시 예산으로 제작한 수원 친환경 컵 큐피드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서명과 의견을 받았어요. 그동안 나눈 느슨한 연대 덕분에 300여 명의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받았고, 수원 친환경컵을 맡은 자원재활용팀에 면담을 요청하였는데 만능 대답 ‘코로나로…’ 답변을 듣고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동시에 생활임금을 위해 작지실 활동을 하며 쌓은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삼아 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이하 두드림) 전시교육부에서 대체 근무하고 있어요. 교육개발팀에서도 역시 환경교육을 다양한 방향으로 풀어내려고 이런저런 일들을 실험해보고 있어요.
작지실과 동일하게 실험을 벌이고 있지만, 임금을 받는 두드림에서 벌이는 실험은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요?
저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는데 한계가 없어요(웃음). 두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데 하나는 코로나로 비대면 온라인 주말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일이에요. 누구나를 위한 교육을 위해 부득이하게 우편으로 프로그램 준비물을 보내고 있는데, 재료의 편리성을 고려하여 선택하다 보니 대부분이 일회용품이에요. 좋은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탄소중립사회에서 재료부터 고민이 필요하다 여겨,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을 자원순환하는 공장에 보내 천연커피점토가루로 교환하고 있어요. 자원을 재사용하니 새로운 자원개발에 비해 탄소 발생량이 적고, 천연커피점토가루를 이용하여 화분 만들기를 한 후 부식되면 흙에 버리면 퇴비가 되니 최종적으로 가루를 담은 종이봉투 한 장만 쓰레기로 남아요. 또 하나는 토종 씨앗의 가치와 이야기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두드림 지하 1층에는 수원씨앗도서관이 있는데, 도서관처럼 씨앗을 대출 반납해요. 작년에는 코로나로 기관이 문이 닫히는 날이 많아 씨앗 대출률이 거의 없었데요. 그런데 씨앗은 땅에서 자라는 경험을 하지 못하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발아율이 낮아져요. 토종 씨앗을 잇기 위해 열심히 모은 씨앗을 보관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올해는 환경 관련한 행사장에 이동씨앗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임금의 유무를 벗어나 두 가지 일 모두 공통으로 ‘환경'과 ‘실험'을 주제로 하네요. 현재는 ‘환경’을 위한 일을 하지만 첫 일의 시작은 어린이집 교사였어요. 일과 일 사이에 어떠한 흐름이 있었나요?
청소년기에 마주한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님은 제게 선한 영향력이 가지는 힘의 최대치를 보여준 사람이었어요.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사회복지를 공부하였는데, 다양한 연령과 활동을 경험할수록 ‘영향력(권한)’을 가지는 일에 따르는 동일한 의무를 배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권한과 의무는 말 한만큼 약속을 지켜내는 일인데, ‘어린이'와 함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닌 가꾸는 교육을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는데, 교육은 쌍방향이 아닌 다방향이라는 것을 교사 생활 내내 깨달았어요. 아이의 성장은 교육뿐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매 순간 바뀌었고 그만큼 중요했어요. 당시 제가 마주한 환경은 ‘미세먼지'와 ‘세월호’였어요. 두 가지 환경을 경험하며 안전한 환경의 중요성을 깊게 느꼈지만, 실제 현장에서 한 일은 보호자의 컴플레인에 대응하는 것이었어요. 결국 저는 현장에서 가꾸는 교육에 대한 충분한 조건을 찾지 못했고, 일 년 정도 일을 쉬면서 찾은 답은 더 넓은 환경을 바라보는 마을이었어요.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마을 활동을 하는 도서관에 열 개의 활동가 모임이 있었고, 활동가들과 마을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각 모임의 방식과 주제로 부단히 공부하고 행동했어요. ‘건강한 먹거리’ ‘사회 이슈' ‘책 큐레이션' 등으로 연대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였고, 그 안에는 늘 환경이 있었어요. 당시엔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면 대부분이 아마존, 북극곰과 같은 큰 지구의 이야기여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사상 최대라는 말로 매번 달라지는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다 코로나 시대가 오고 나니 무엇보다 환경이 먼저임을 깨달았어요. 배움이 아닌 환경을 위해 활동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작지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일의 흐름을 말하니 모든 일 경험의 이름을 나열하면 각각 다르지만, 멈춤과 변화 이음 과정을 겪으면서 일은 직업의 의미보다 제가 품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모든 일 경험의 이름을 나열하면 각각 다르지만,
멈춤과 변화 이음 과정을 겪으면서
일은 직업의 의미보다 제가 품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일의 흐름을 들어보니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일을 경험하였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경험은 무엇인가요?
수원YMCA가 위탁운영 하는 희망샘도서관에서 일한 시간이 크게 마음에 남아요. 가장 오랜 시간 일 경험을 한 곳이면서 교육과 환경 사이에 이음을 마련해준 곳이에요. 도서관에서 경험한 일은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곳이어서, 제안과 동시에 기획과 진행이 이루어져서 하고 싶은 일들의 90%를 하였어요. 그 중 기억에 남는 일 경험은 ‘미세먼지 토론회'에요.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면서 관심사가 높아졌던 해에 도서관 주간 행사로 진행하였는데,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였어요. 당시에는 모두를 대상으로 발제와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에는 어른만 있는 것이 아니고 환경은 모두가 살아가는 곳이잖아요! 익숙함을 벗어나 모두를 위한 자리로써 수원시에서 이뤄지는 정책과 미세먼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의 질문과 답을 들으며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의 소감을 듣는데 이러한 과정이 여러 번 필요함을 느꼈어요. 작년에 질병관리본부청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브리핑을 한 경험을 생각하면 더더욱 필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토론회에서 나눈 이야기는 수원시청에 제안서로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아쉽게도 답변을 얻지 못했지만 참여하는 정치를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회고하면서 또 다른 깨달음과 배움이 새록새록 하지만, 말하는 대로 경험하는 일들을 펼치다 보니 자주 소진되었고 또 한 번 멈춤의 시간이 필요해졌어요.
소진 과정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을텐데 ‘멈춤’의 순간을 어떻게 발견하나요?
어떠한 일 경험의 시작은 늘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이 있었는데, 더 이 일에 질문이 없을 때 멈췄어요. 질문이 없다는 것은 제게 있어서 이 일에 더 애정이 없다고 생각해요. 애정이 있을수록 더 많이 알고자 질문하며 알아 가기를 바라잖아요. 마치 처음 취미를 시작하면 하나하나 궁금하고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궁금한 것처럼요.
세 번의 일 사이에 두 번의 멈춤이 있었어요. ‘멈춤'의 시간 동안에는 무엇을 하였나요?
삶을 살아가는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바로 답을 얻기도 했지만, 여행 과정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할 때 답을 얻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덕분에 구체적인 답을 찾고 마음은 한 뼘씩 넓어졌어요. 넓어진 마음으로 먼 시야를 내다보는 용기 속에서 이 전의 일 경험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일을 찾기보다, 제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곳을 찾고 기다리며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현재의 제가 있네요!
멈춤의 순간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나를 잘 보호한다는 것 같아요. 그런 다정님에게도 다시 돌아가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나요?
당연히 있죠. 도서관 다양한 사업 중 관장님의 제안으로 모든 직원이 도서관 내부 프로그램인 인문학 강의에 참여하였어요. 제가 입사하기 전에는 퇴근 후 인문학 강의 필수 참여였지만, 직원들이 퇴근 후 매주 참여는 힘들다고 하여 2주에 한 번만 퇴근 시간에 참여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그런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직원들의 인문학적 사고능력향상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상・하반기에 따라 주제가 저의 관심사와 너무너무 다르거나 중요한 약속이 생겼지만, 암묵적으로 빠진다고 말할 수 없을 때는 답답했어요. 원하는 강의를 듣지 않을 때면 강의를 듣는 기쁨보다 추가 노동을 해야 하는 답답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답답함에 선배들에게 왜 들어야 하는지 물었지만 “관장님 말"이 답이었고, 반대로 제가 제안한 일을 무조건해야 된다면 지금처럼 모두가 무조건 하였을까 질문하였을 때 ‘그렇지 않다'로 답변을 얻게 된 후 이 일을 멈추기로 하이었어요. 그 순간 아무리 좋은 의도로 누군가 제게 도움이 되리라 예상하며 권유한 일이라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아무리 좋은 의도로 누군가 제게 도움이 되리라 예상하며 권유한 일이라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다정 님이 하는 일에는 분명한 이유가있네요. 이유가 분명한 일들의 직업적 이름은 다르지만 모든 일에는 늘 교육이 있어요. 활동에서 교육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업마다 교육의 의미와 크기가 달랐어요. 제게 있어 교육은 TV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 같아요. 세바시에서 각각의 연사에게 주어진 15분 동안 사람들은 각자 가진 메시지를 주고자 최선을 다해 말을 하잖아요. 누군가에게 교육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교사'가 아닌 사람에게는 각자의 가치관과 방향을 공식적으로 전할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이기에 더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제 이야기를 들은 개개인이 경험한 밀도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낼 수 있으니까요. 만일 교육을 하지 않고 바깥에서 제 생각을 말하고 다닌다면 누가 제 말을 귀 기울여줄까요? 주어진 교육 시간을 더욱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교육 시간에 최선을 다해 말하는 다정 님의 모습이 상상되네요. 단단함을 가진 다정님만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경험하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영감을 준 사람이 있었나요?
늘 일 경험에서 막내의 자리에 있었어요. 지금도요. 막내는 누구에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움을 제안하기를 은근히 기대받는 자리잖아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시작만큼 새로움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획이 넘쳐나는데, 경험이 부족하니 현실 가능한 실행력이 부족했어요. 그런 저의 부족한 실행능력은 메워주는 동료가 있었어요. 동료라 부르기에는 직장동료 중에 가장 많은 나이 차이가 (거의 2배)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지지하는 태도에 늘 감탄했고 살을 덧붙여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제안을 주어서 좋은 기획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어요. 덕분에 완성도 있는 새로움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부터 스스로 지속하는 힘을 내는 계기가 동료일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좋은 동료에 대한 필요성을 깊게 깨달았어요.
일 경험에서 좋은 동료는 일의 힘을 더하는 외부의 힘이라면, 피드백은 나를 단단히 다지는 내부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정 님의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피드백 대부분은 이름을 따라서 다정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너무 자주 들어서 가끔은 저를 다정스러운 사람을 만들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보다 단단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를 더 힘을 받아요. 단단하다는 말이 주는 의미가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들리는데, 말의 힘이 가지는 에너지가 다른 말들에 비해 커다랗게 느껴져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에너지를 채우는 기분이랄까요? 피드백 하나당 (게임을 좋아하지 않지만) 게임 캐릭터처럼 든든한 물약 병 하나를 얻는 것 같아요.
단단함을 가진 다정 님이 앞으로 일에서 어떤 모습을 발견하고 싶으세요?
단단함을 가지고 이미 경험해보았고 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크기와 높낮이를 오르락내리락 또는 지그재그 걸으면서, 현재 하는 작은 지구를 위한 실험실의 실험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멈춤과 변화 이음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였지만, 앞으로도 질문하고 답을 찾고 싶은 실험해 볼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요. 더군다나 환경은 범위가 다양하니 앞으로의 일의 흐름에는 환경이 꾸준히 있겠네요. 앞으로의 제가 더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