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워머스 인터뷰 시리즈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워머스분들의 일과 생활에 대한 태도, 생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가 될 거예요.
첫 번째 인터뷰이는 이현진 님입니다. 현진 님은 뉴그라운드에서 지금까지 세 번의 요리 모임을 진행했고, 이번 주 일요일에 네 번째 요리 모임을 앞두고 있어요. 현진 님과 함께하는 요리 모임은 늘 무척 즐거웠는데요, 특히 모임에 참여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나도 집에서 이거 다시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이 피어오른다는 점에서 더 좋았어요.
지난 목요일 밤, 줌으로 현진 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일과 요리의 상관관계, 여성과 요리라는 노동, 요리와 요리 모임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눴어요.
효진: 21일에 진행하시는 만두빚기 모임이 벌써 현진 님이 네 번째로 여는 요리 모임이더라고요. 저는 제가 혼자 먹으려고 요리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요리 방법을 알려주는 건 굉장히 다르다고 느껴지고 긴장도 많이 되던데요, 현진 님은 어떠세요?
현진: 저는 일할 때도 팀 프로젝트에서 PM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한테 일을 나눠주는 걸 기본적으로 잘하는 편이에요. 같이 일하는 분들이 '현진 님은 역시 일을 잘 시켜 먹는다'고 피드백할 정도로요. (웃음) 일을 배분하는 프로세스에 익숙해져 있어서 요리 모임도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멀티플레이가 좀 잘 되는 편이기도 하고요.
효진: 리더의 중요한 역량 아닌가요? 권한을 분배하는 거.
현진: 그런 걸까요? 그런데 요리에서 권한을 분배하는 게 큰일은 아닌 것 같아요. 요리 과정이 A부터 Z까지 있으면, 그걸 반드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게 지킬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좀 쉽게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난번 만두모임에서도 누구는 버섯을 작게 썰고, 누구는 크게 썰었죠. 요리를 하다보면 '이래도 되나?'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레시피대로 똑같이 할 필요는 없거든요. 어차피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해요. 레시피대로 하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다, 그런 거.
"내가 먹는 한 그릇을 위해 직접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효진: 요리 모임을 하면서 뭐가 제일 재미있으세요?
현진: 워머스분들이 서툴게나마 칼질을 할 때 보람을 느껴요. 요리를 안 하는 사람이 이 모임에 와서 요리를 해보겠다고 칼을 쥔 것부터 대단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사 먹거나 배달을 시키는 게 너무 편한 세상이니까, 직접 요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사서 먹는 게 더 싸다' 그런 말도 많이들 하고요. 그런 세상에서 내가 먹는 한 그릇을 위해 직접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워머스분들이 요리 모임에 와서 이렇게 한번 요리를 경험하고 나면 집에 가서도 한 번쯤 다시 해보시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하게 돼요.
효진: 맞아요. 저도 지난 모임을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두를 빚어봤거든요. 그전에는 막연하게 복잡하다고 짐작해서 시도해 보지 않았어요. 한 번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아,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거네?' 그런 감각을 갖는 게 좋았어요.
현진: 그렇죠. 요리에 대해 약간의 의지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효진: 집에서는 어떤 음식을 즐겨 만드세요?
현진: 정공법이 필요 없는 음식들을 자주 해요. 집에 있는 재료들을 주로 활용하고요. 여름에는 버섯이나 호박, 토마토에 대충 올리브오일이나 소금, 후추를 더해서 볶아먹거나 파스타를 해 먹어요. 요즘에는 계란후라이를 부쳐서 오이와 함께 밥에 얹어 비벼 먹는 게 좋아요. 연두를 살짝 넣은 소스를 더해도 맛있고요.
효진: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한다는 게 좋네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냉장고에 있는 거 꺼내서 먹어요'라고 하시는데, 그 재료라는 게 굉장히 희귀한 경우들이 있잖아요. '저런 게 집에 있다고요?' 싶은. (웃음)
현진: 그렇죠. 그리고 1인 가구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재료나 소스 같은 걸 갖추기가 어려워요. 저는 가족들과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요리 관련 재료를 사두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파프리카 파우더라거나 굴 소스, 레몬즙, 토마토 퓨레 같은 것들이요. 일하다 화가 나면 '이걸 사야겠어'라는 마음이 먹어지거든요. 그때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두는 거죠. 소비 욕구를 채우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달까요.
효진: 일을 하고 나면 기력이 없어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내 손으로 밥 챙겨 먹는 일을 가장 후순위에 두게 될 때도 있어요. 배달이나 외식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늘 그렇게 하다 보면 좀 무기력해지기도 하고요. 현진 님도 바쁠 때는 식사를 그냥 때우기도 하나요?
현진: 바쁠 때는 보통 혼자 밥을 먹을 시간이 잘 없기 때문에 동료들이 시켜 먹는 것을 따라 먹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보통 배달이고, 맵고 짠 음식이 많죠.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춰보겠다고 샌드위치를 시켜 먹어도 결국 잔뜩 남은 일회용품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진 않아요.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뭘 해먹긴 귀찮거나 여력이 없어도, 결국은 냉장고를 열어서 요리를 하게 되기도 해요.
효진: 요리는 현진 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현진: 명상 같은 거죠.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김밥이나 만두를 대량생산 하는 습관이 있어요. 김밥을 대량생산하고 나면 한 3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그러면 이제 진이 쭉 빠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문제에서 좀 멀어지기도 해요.
효진: 대량생산이라고 하면… 김밥을 몇 줄 정도 마는 건가요?
현진: 한 10줄 좀 넘게? (웃음) 저희 집이 5인 가족인데, 이틀 동안 먹을 정도로 마는 것 같아요.
"커리어에서도 제가 뭔가를 쉽게 풀어서 재미있게 알려주는 일을 좋아한다고 느꼈거든요.
요리 모임은 이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효진: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전부 요리 모임을 열지는 않을 거예요. 요리를 통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게 현진 님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현진: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게 커리어에서 저의 방향성이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뭔가를 쉽게 풀어서 재미있게 알려주는 걸 좋아한다고 느꼈거든요. 요리 모임은 이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배달이나 외식도 편한데 굳이 요리를?'이라는 생각을 바꾸고 싶기도 하고, 요리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요리 모임을 좋아하나 봐요.
효진: 앞의 이야기에 더해서 여쭤보자면, 이번 만두 빚기 모임 모집글을 올리시기 전에 저에게 메시지로 요리 모임이 뉴그라운드의 결과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얘기하셨어요. 왜 그런 고민을 하셨나요?
현진: 일에 대한 커뮤니티이다 보니 요리나 살림은 그 반대편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했어요. 미디어에서 일하는 여성, 커리어우먼이라고 하면 살림이나 요리를 잘 못한다는 설정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제가 요리 모임을 여는 게 뉴그라운드의 방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는 집에서도 살림이나 요리를 잘해요. 그러다보면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를 위해서 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고요. 그럴 때 '이게 내가 여성이라서 이런 건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사실 저는 요리와 살림을 좋아하거든요. 회사에서 총무 역할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제가 살림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그러면서도 이게 바깥으로는 어떻게 보여질까, 싶었던 거죠. 누군가는 이걸 '구리다'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했어요. 마음이 좀 복잡스러웠던 것 같아요.
효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도 요리 모임에 대해 현진 님과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누군가 자기 일상을 잘 꾸리기 위해서 요리를 하거나 가사노동을 하는 것 자체는 훌륭해요. 요리나 가사를 '여성적인' 활동으로 만드는 건 성평등하지 못한 사회 문화의 문제지, 노동 자체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뉴그라운드에서 요리 모임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현진: 네, 그 점에서 요리 모임에 참여하시는 다른 분들의 반응을 보면 안심이 돼요. 모임을 정말 즐겨주시고, 나도 요리를 할 수 있다는 태도로 접근해 주시니까요.
효진: 앞으로도 뉴그라운드에서 워머스들과 같이 만들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을까요?
현진: 어릴 때 그걸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김을 4등분해서 다양한 재료를 넣은 다음 자기가 직접 싸 먹는 음식이요. 그것도 모임에서 다뤄보기에 괜찮을 것 같아요. 또 재료를 다 때려 넣고 끓이는 것들도 쉬우니까 시도해보고 싶어요. 카레나 샥슈카 같은 것들요. 이렇게 모임을 거듭하다 보면 저도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게 되지 않을까요? 평소에 해 먹는 것만 계속 해 먹는 편이어서, 모임이 저에게도 발전의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효진: 더 발전할 요리 실력이… 있으실까요? (웃음) 마지막으로, 21일 만두 모임을 앞둔 각오를 들려주세요.
현진: 이번에는 무 만두를 만들 거예요. 겨울에는 무가 제철이거든요.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면 좋겠어요. 참, 무는 한 번 볶아서 만두 속을 만들 것입니다. 저번에 백종원 선생님이 하시는 걸 보니 무를 볶으시더라고요.
효진: 21일에 진행하시는 만두빚기 모임이 벌써 현진 님이 네 번째로 여는 요리 모임이더라고요. 저는 제가 혼자 먹으려고 요리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요리 방법을 알려주는 건 굉장히 다르다고 느껴지고 긴장도 많이 되던데요, 현진 님은 어떠세요?
현진: 저는 일할 때도 팀 프로젝트에서 PM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한테 일을 나눠주는 걸 기본적으로 잘하는 편이에요. 같이 일하는 분들이 '현진 님은 역시 일을 잘 시켜 먹는다'고 피드백할 정도로요. (웃음) 일을 배분하는 프로세스에 익숙해져 있어서 요리 모임도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멀티플레이가 좀 잘 되는 편이기도 하고요.
효진: 리더의 중요한 역량 아닌가요? 권한을 분배하는 거.
현진: 그런 걸까요? 그런데 요리에서 권한을 분배하는 게 큰일은 아닌 것 같아요. 요리 과정이 A부터 Z까지 있으면, 그걸 반드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게 지킬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좀 쉽게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난번 만두모임에서도 누구는 버섯을 작게 썰고, 누구는 크게 썰었죠. 요리를 하다보면 '이래도 되나?'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레시피대로 똑같이 할 필요는 없거든요. 어차피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해요. 레시피대로 하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다, 그런 거.
"내가 먹는 한 그릇을 위해 직접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효진: 요리 모임을 하면서 뭐가 제일 재미있으세요?
현진: 워머스분들이 서툴게나마 칼질을 할 때 보람을 느껴요. 요리를 안 하는 사람이 이 모임에 와서 요리를 해보겠다고 칼을 쥔 것부터 대단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사 먹거나 배달을 시키는 게 너무 편한 세상이니까, 직접 요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사서 먹는 게 더 싸다' 그런 말도 많이들 하고요. 그런 세상에서 내가 먹는 한 그릇을 위해 직접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워머스분들이 요리 모임에 와서 이렇게 한번 요리를 경험하고 나면 집에 가서도 한 번쯤 다시 해보시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하게 돼요.
효진: 맞아요. 저도 지난 모임을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두를 빚어봤거든요. 그전에는 막연하게 복잡하다고 짐작해서 시도해 보지 않았어요. 한 번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아,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거네?' 그런 감각을 갖는 게 좋았어요.
현진: 그렇죠. 요리에 대해 약간의 의지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효진: 집에서는 어떤 음식을 즐겨 만드세요?
현진: 정공법이 필요 없는 음식들을 자주 해요. 집에 있는 재료들을 주로 활용하고요. 여름에는 버섯이나 호박, 토마토에 대충 올리브오일이나 소금, 후추를 더해서 볶아먹거나 파스타를 해 먹어요. 요즘에는 계란후라이를 부쳐서 오이와 함께 밥에 얹어 비벼 먹는 게 좋아요. 연두를 살짝 넣은 소스를 더해도 맛있고요.
효진: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한다는 게 좋네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냉장고에 있는 거 꺼내서 먹어요'라고 하시는데, 그 재료라는 게 굉장히 희귀한 경우들이 있잖아요. '저런 게 집에 있다고요?' 싶은. (웃음)
현진: 그렇죠. 그리고 1인 가구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재료나 소스 같은 걸 갖추기가 어려워요. 저는 가족들과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요리 관련 재료를 사두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파프리카 파우더라거나 굴 소스, 레몬즙, 토마토 퓨레 같은 것들이요. 일하다 화가 나면 '이걸 사야겠어'라는 마음이 먹어지거든요. 그때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두는 거죠. 소비 욕구를 채우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달까요.
효진: 일을 하고 나면 기력이 없어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내 손으로 밥 챙겨 먹는 일을 가장 후순위에 두게 될 때도 있어요. 배달이나 외식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늘 그렇게 하다 보면 좀 무기력해지기도 하고요. 현진 님도 바쁠 때는 식사를 그냥 때우기도 하나요?
현진: 바쁠 때는 보통 혼자 밥을 먹을 시간이 잘 없기 때문에 동료들이 시켜 먹는 것을 따라 먹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보통 배달이고, 맵고 짠 음식이 많죠.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춰보겠다고 샌드위치를 시켜 먹어도 결국 잔뜩 남은 일회용품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진 않아요.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뭘 해먹긴 귀찮거나 여력이 없어도, 결국은 냉장고를 열어서 요리를 하게 되기도 해요.
효진: 요리는 현진 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현진: 명상 같은 거죠.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김밥이나 만두를 대량생산 하는 습관이 있어요. 김밥을 대량생산하고 나면 한 3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그러면 이제 진이 쭉 빠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문제에서 좀 멀어지기도 해요.
효진: 대량생산이라고 하면… 김밥을 몇 줄 정도 마는 건가요?
현진: 한 10줄 좀 넘게? (웃음) 저희 집이 5인 가족인데, 이틀 동안 먹을 정도로 마는 것 같아요.
"커리어에서도 제가 뭔가를 쉽게 풀어서 재미있게 알려주는 일을 좋아한다고 느꼈거든요.
요리 모임은 이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효진: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전부 요리 모임을 열지는 않을 거예요. 요리를 통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게 현진 님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현진: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게 커리어에서 저의 방향성이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뭔가를 쉽게 풀어서 재미있게 알려주는 걸 좋아한다고 느꼈거든요. 요리 모임은 이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배달이나 외식도 편한데 굳이 요리를?'이라는 생각을 바꾸고 싶기도 하고, 요리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요리 모임을 좋아하나 봐요.
효진: 앞의 이야기에 더해서 여쭤보자면, 이번 만두 빚기 모임 모집글을 올리시기 전에 저에게 메시지로 요리 모임이 뉴그라운드의 결과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얘기하셨어요. 왜 그런 고민을 하셨나요?
현진: 일에 대한 커뮤니티이다 보니 요리나 살림은 그 반대편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했어요. 미디어에서 일하는 여성, 커리어우먼이라고 하면 살림이나 요리를 잘 못한다는 설정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제가 요리 모임을 여는 게 뉴그라운드의 방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는 집에서도 살림이나 요리를 잘해요. 그러다보면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를 위해서 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고요. 그럴 때 '이게 내가 여성이라서 이런 건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사실 저는 요리와 살림을 좋아하거든요. 회사에서 총무 역할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제가 살림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그러면서도 이게 바깥으로는 어떻게 보여질까, 싶었던 거죠. 누군가는 이걸 '구리다'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했어요. 마음이 좀 복잡스러웠던 것 같아요.
효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도 요리 모임에 대해 현진 님과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누군가 자기 일상을 잘 꾸리기 위해서 요리를 하거나 가사노동을 하는 것 자체는 훌륭해요. 요리나 가사를 '여성적인' 활동으로 만드는 건 성평등하지 못한 사회 문화의 문제지, 노동 자체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뉴그라운드에서 요리 모임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현진: 네, 그 점에서 요리 모임에 참여하시는 다른 분들의 반응을 보면 안심이 돼요. 모임을 정말 즐겨주시고, 나도 요리를 할 수 있다는 태도로 접근해 주시니까요.
효진: 앞으로도 뉴그라운드에서 워머스들과 같이 만들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을까요?
현진: 어릴 때 그걸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김을 4등분해서 다양한 재료를 넣은 다음 자기가 직접 싸 먹는 음식이요. 그것도 모임에서 다뤄보기에 괜찮을 것 같아요. 또 재료를 다 때려 넣고 끓이는 것들도 쉬우니까 시도해보고 싶어요. 카레나 샥슈카 같은 것들요. 이렇게 모임을 거듭하다 보면 저도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게 되지 않을까요? 평소에 해 먹는 것만 계속 해 먹는 편이어서, 모임이 저에게도 발전의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효진: 더 발전할 요리 실력이… 있으실까요? (웃음) 마지막으로, 21일 만두 모임을 앞둔 각오를 들려주세요.
현진: 이번에는 무 만두를 만들 거예요. 겨울에는 무가 제철이거든요.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면 좋겠어요. 참, 무는 한 번 볶아서 만두 속을 만들 것입니다. 저번에 백종원 선생님이 하시는 걸 보니 무를 볶으시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