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에 처음 뉴그라운드에 가입한 황지은 님과 저는 다른 모임에서 첫인사를 나눴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열렸던 광장이 어땠는지, 이후에 치러진 대선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지은 님은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들려주셨어요. 그때 받은 인상이 깊이 남아있었는데, 뉴그라운드에서 바로 지은 님을 만나게 되어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회사에서 UX/UI 디자이너로 일하다 3개월 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은 님은 좀 더 정치적인 일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8월의 커뮤니티 리포트에서는 지은 님을 만나 퇴사 후의 근황과 정치에 대한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효진: 지은 님,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뉴그라운드에 가입하셨죠. 어떤 계기로 뉴그라운드에 오셨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요.
지은: 회사를 퇴사한 직후에 뉴그라운드를 알게 되었어요. 회사의 빈자리가 엄청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소속감을 느낄 만한 곳, 네트워크, 알고 지낼 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회사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회사와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고 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주위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사람들을 좀 만나야겠다, 싶어서 알아보던 와중이었으니 너무 적절한 시기에 뉴그라운드를 알게 된 거죠.
효진: 사실 지은 님과 저는 비영리단체 슈퍼스톰의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났잖아요. 광장과 대선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였죠. 그때도 그렇고 뉴그라운드에 오신 것도 그렇고, 아직 지은 님을 몇 번 뵙진 못했지만 궁금하면 바로 행동하는 분이라는 인상이 있어요. 실제로는 어떠세요?
지은: 그런 말을 종종 듣기는 하는데, 제 안에서는 되게 오래 고민하다가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뉴그라운드나 슈퍼스톰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느꼈던 문제들이 곪아 있는 상태였다 보니 참여하는 것을 좀 더 수월하게 결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효진: 오히려 행동할 이유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바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거네요. 체크아웃타임 때 하는 회고에 디자이너 모임도 하고 있다고 써주셨는데요, 어떤 모임인지 궁금했어요.
지은: 과거의 디자인 커뮤니티와 글쓰기 모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해보고 싶기도 했고, 앞으로 살아 나가는 데 있어 혼자이기보다 함께이고 싶어 시작한 모임이에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그때가 너무 그립기도 하고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학생으로서 커뮤니티 활동을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호스트가 되어 친구들을 불러 모아 뭔가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모임을 만들게 됐어요.
구성원 모두 디자이너인데 모임에서는 디자인도 하고 글도 써요. 디스코드에 각자 작업물을 올리고 피드백을 주고받고요. 2주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모여 실시간으로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하기도 해요.
효진: 앞서 회사에서 느꼈던 문제들이 있었다고 언급해 주셨어요. 어떤 것들이었고, 그것이 지은 님께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지은: 이전 회사에 다닐 때 저와 굉장히 손발이 잘 맞는 직원이 있었어요. 제가 무척 신뢰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고요. 원인을 찾다가 가치관이나 신념이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 사람과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비슷할 수 있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다르다. 그리고 그 무렵에 그분의 정치 성향을 알게 되면서 ‘아, 정치라는 게 엄청 큰 문제구나’라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소수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프로 댄스팀에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그곳의 위계질서에 반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디자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동체와 다양성 같은 개념을 배웠고요. 그런 기억이 있다 보니 이전 회사의 능력주의나 다양성 없는 환경,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 사회에 대한 무관심 같은 것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와서야 그런 일들이 한 줄로 정렬되는 느낌을 받아요. 내가 무엇을 못 견디는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가 무엇인지…. 그래서 최근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 같아요.
효진: 혹시 정치에 관한 모임이나 공부도 하고 계신가요?
지은: 아직은 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겪었던 문제들을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되면 대화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조금 혼란스러운 기분이 남아있어요.
효진: 무엇이 혼란스럽게 느껴지세요?
지은: 제가 누군가와 잘 맞지 않는 이유를 가치관이나 신념 때문이다, 정치가 문제다, 라고 결론 내렸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제가 정말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는 건지, 다른 사람을 잘못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제 결정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요.
효진: 거기에 확신을 가지는 것이 되게 어렵지 않을까요? 가령 그와 내가 맞지 않았던 게 이 부분은 정치적 신념 때문이고, 저 부분은 일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렇게 칼같이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은 굉장히 복합적이고…. 그래서 더 고민되실 것 같네요.
지은: 맞아요. 그 분과 잘 맞았던 경험이 있으니까 더더욱 딱 잘라서 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일화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도 되게 조심스러워요. 그가 완전히 나쁜 악인은 아닌 거잖아요. 저와 맞지 않는 상황에 있었을 뿐이지.
효진: 요즘에는 특히 어떤 이슈에 관심을 두고 계세요?
지은: 아직 회사에서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걸 계속 곱씹고 있어요.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의 심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저도 소수 집단에 속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미디어에서 다뤄지거나 제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굉장히 거대한 문제만 다룬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제가 회사에서 유일한 여자이자 유일한 디자이너,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서 겪었던 문제들이 일상속에서도 많이 벌어질 것 같은데 제가 접할 수 있는 미디어는 너무 큰 문제만 다룬다고 감각하는 거죠. 그래서 일상에서의 차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효진: 말씀하신 책을 꼭 찾아볼게요. 그럼 지은 님의 요즘 가장 중요한 즐거움은 뭐예요?
지은: 아무래도 운동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일주일에 1, 2회 정도 PT를 받고 나머지 날에는 헬스를 하는데요, 운동을 하고 나니 근육 있는 사람들이 왜 자꾸 민소매 옷을 입는지 공감 가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운동 진짜 열심히 했나보다, 어떤 운동을 해야 저 근육을 키울 수 있을까….’ 생각도 해요.
무엇보다 운동하면서 크게 깨달은 건 근육도 한 번에 붙지 않고, 살도 한 번에 빠지지 않는다는 건데요. 반대로 며칠 쉬었다고 해서 모든 게 무너지지는 않더라고요. 조금 무너지더라도 금방 회복할 수 있고요. 꾸준히만 하면 되는 거랄면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은 저 자신을 신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해요.
효진: 운동을 가장 중요한 즐거움으로 꼽으실 줄이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저로서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어요. (웃음) 참, 아트북 페어를 온라인으로 구경하고 레퍼런스를 수집하시잖아요. 그것도 지은 님의 즐거움 중 하나일까요?
지은: 퇴사하고 처음으로 간 여행이 후쿠오카의 아트북페어였어요.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 스타트업의 경쟁 구도에 너무 지쳐 있다가 아트북페어에서 너무 평화로운 분위기를 경험한 거예요.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판매량이나 수익 같은 걸로 싸우지 않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이요. 나도 뭔가 좋아하는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던 터라, 그 이후로 아트북페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효진: 저도 그 북페어에 다녀왔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한 지 3개월 정도 되셨는데, 일이라는 것 혹은 노동이라는 것이 지은 님께 지금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어요.
지은: 댄스팀이든 회사든, 제가 돈을 받고 기술을 제공하면 그 외의 것들에는 접근할 권한이 없더라고요. 그 조직에 속해있으면서 정신적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도 있고요. 그런 게 싫어서 독립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에 내 지식과 경험을 쓰고 싶어요. 그럼 그 출발은 평소 관심사와 무관하지 않아야겠다 싶었고, 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자는 결론까지 내리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이 되었으면 하고, 일상과 떨어뜨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효진: 뉴그라운드 이번 시즌이 4개월 남았는데요, 워머스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나 경험도 있을까요?
지은: 글쓰기 모임도 하고 싶고, 몸도 같이 써보고 싶어요. 웰컴데이 때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시회를 같이 보는 모임도 하고 싶은데, 아직은 제가 모임을 열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져요.
아무튼 뉴그라운드에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덕분에 제가 인지할 수 있는 세계가 조금 넓어진 것 같아요. 저에 대해 잘 모르실 텐데도 워머스들이 회고 문서에 남겨주시는 댓글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뭉클함도 느껴요. 기쁜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꼭 공유해서 축하나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효진: 모임을 열기 어려우실 때는 언제든 저에게 도움 요청을 해 주세요.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2025년 동안 지은 님께 제일 중요한 목표나 계획은 뭘까요?
지은: 엄청 거창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을 이 상태로 꾸준히 하고 있는 것. 연말에도 이 활동들을 계속하고 있다면 되게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효진: 일과 모임, 운동, 모두 통틀어서 얘기하시는 거죠? 그러네요. 꾸준히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연말까지 계속한다면 정말 큰 성과겠네요.
효진: 지은 님,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뉴그라운드에 가입하셨죠. 어떤 계기로 뉴그라운드에 오셨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요.
지은: 회사를 퇴사한 직후에 뉴그라운드를 알게 되었어요. 회사의 빈자리가 엄청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소속감을 느낄 만한 곳, 네트워크, 알고 지낼 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회사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회사와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고 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주위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사람들을 좀 만나야겠다, 싶어서 알아보던 와중이었으니 너무 적절한 시기에 뉴그라운드를 알게 된 거죠.
효진: 사실 지은 님과 저는 비영리단체 슈퍼스톰의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났잖아요. 광장과 대선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였죠. 그때도 그렇고 뉴그라운드에 오신 것도 그렇고, 아직 지은 님을 몇 번 뵙진 못했지만 궁금하면 바로 행동하는 분이라는 인상이 있어요. 실제로는 어떠세요?
지은: 그런 말을 종종 듣기는 하는데, 제 안에서는 되게 오래 고민하다가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뉴그라운드나 슈퍼스톰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느꼈던 문제들이 곪아 있는 상태였다 보니 참여하는 것을 좀 더 수월하게 결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효진: 오히려 행동할 이유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바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거네요. 체크아웃타임 때 하는 회고에 디자이너 모임도 하고 있다고 써주셨는데요, 어떤 모임인지 궁금했어요.
지은: 과거의 디자인 커뮤니티와 글쓰기 모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해보고 싶기도 했고, 앞으로 살아 나가는 데 있어 혼자이기보다 함께이고 싶어 시작한 모임이에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그때가 너무 그립기도 하고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학생으로서 커뮤니티 활동을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호스트가 되어 친구들을 불러 모아 뭔가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모임을 만들게 됐어요.
구성원 모두 디자이너인데 모임에서는 디자인도 하고 글도 써요. 디스코드에 각자 작업물을 올리고 피드백을 주고받고요. 2주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모여 실시간으로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하기도 해요.
효진: 앞서 회사에서 느꼈던 문제들이 있었다고 언급해 주셨어요. 어떤 것들이었고, 그것이 지은 님께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지은: 이전 회사에 다닐 때 저와 굉장히 손발이 잘 맞는 직원이 있었어요. 제가 무척 신뢰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고요. 원인을 찾다가 가치관이나 신념이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 사람과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비슷할 수 있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다르다. 그리고 그 무렵에 그분의 정치 성향을 알게 되면서 ‘아, 정치라는 게 엄청 큰 문제구나’라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소수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프로 댄스팀에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그곳의 위계질서에 반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디자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동체와 다양성 같은 개념을 배웠고요. 그런 기억이 있다 보니 이전 회사의 능력주의나 다양성 없는 환경,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 사회에 대한 무관심 같은 것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와서야 그런 일들이 한 줄로 정렬되는 느낌을 받아요. 내가 무엇을 못 견디는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가 무엇인지…. 그래서 최근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 같아요.
효진: 혹시 정치에 관한 모임이나 공부도 하고 계신가요?
지은: 아직은 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겪었던 문제들을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되면 대화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조금 혼란스러운 기분이 남아있어요.
효진: 무엇이 혼란스럽게 느껴지세요?
지은: 제가 누군가와 잘 맞지 않는 이유를 가치관이나 신념 때문이다, 정치가 문제다, 라고 결론 내렸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제가 정말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는 건지, 다른 사람을 잘못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제 결정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요.
효진: 거기에 확신을 가지는 것이 되게 어렵지 않을까요? 가령 그와 내가 맞지 않았던 게 이 부분은 정치적 신념 때문이고, 저 부분은 일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렇게 칼같이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은 굉장히 복합적이고…. 그래서 더 고민되실 것 같네요.
지은: 맞아요. 그 분과 잘 맞았던 경험이 있으니까 더더욱 딱 잘라서 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일화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도 되게 조심스러워요. 그가 완전히 나쁜 악인은 아닌 거잖아요. 저와 맞지 않는 상황에 있었을 뿐이지.
효진: 요즘에는 특히 어떤 이슈에 관심을 두고 계세요?
지은: 아직 회사에서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걸 계속 곱씹고 있어요.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의 심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저도 소수 집단에 속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미디어에서 다뤄지거나 제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굉장히 거대한 문제만 다룬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제가 회사에서 유일한 여자이자 유일한 디자이너,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서 겪었던 문제들이 일상속에서도 많이 벌어질 것 같은데 제가 접할 수 있는 미디어는 너무 큰 문제만 다룬다고 감각하는 거죠. 그래서 일상에서의 차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효진: 말씀하신 책을 꼭 찾아볼게요. 그럼 지은 님의 요즘 가장 중요한 즐거움은 뭐예요?
지은: 아무래도 운동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일주일에 1, 2회 정도 PT를 받고 나머지 날에는 헬스를 하는데요, 운동을 하고 나니 근육 있는 사람들이 왜 자꾸 민소매 옷을 입는지 공감 가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운동 진짜 열심히 했나보다, 어떤 운동을 해야 저 근육을 키울 수 있을까….’ 생각도 해요.
무엇보다 운동하면서 크게 깨달은 건 근육도 한 번에 붙지 않고, 살도 한 번에 빠지지 않는다는 건데요. 반대로 며칠 쉬었다고 해서 모든 게 무너지지는 않더라고요. 조금 무너지더라도 금방 회복할 수 있고요. 꾸준히만 하면 되는 거랄면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은 저 자신을 신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해요.
효진: 운동을 가장 중요한 즐거움으로 꼽으실 줄이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저로서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어요. (웃음) 참, 아트북 페어를 온라인으로 구경하고 레퍼런스를 수집하시잖아요. 그것도 지은 님의 즐거움 중 하나일까요?
지은: 퇴사하고 처음으로 간 여행이 후쿠오카의 아트북페어였어요.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 스타트업의 경쟁 구도에 너무 지쳐 있다가 아트북페어에서 너무 평화로운 분위기를 경험한 거예요.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판매량이나 수익 같은 걸로 싸우지 않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이요. 나도 뭔가 좋아하는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던 터라, 그 이후로 아트북페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효진: 저도 그 북페어에 다녀왔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한 지 3개월 정도 되셨는데, 일이라는 것 혹은 노동이라는 것이 지은 님께 지금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어요.
지은: 댄스팀이든 회사든, 제가 돈을 받고 기술을 제공하면 그 외의 것들에는 접근할 권한이 없더라고요. 그 조직에 속해있으면서 정신적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도 있고요. 그런 게 싫어서 독립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에 내 지식과 경험을 쓰고 싶어요. 그럼 그 출발은 평소 관심사와 무관하지 않아야겠다 싶었고, 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자는 결론까지 내리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이 되었으면 하고, 일상과 떨어뜨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효진: 뉴그라운드 이번 시즌이 4개월 남았는데요, 워머스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나 경험도 있을까요?
지은: 글쓰기 모임도 하고 싶고, 몸도 같이 써보고 싶어요. 웰컴데이 때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시회를 같이 보는 모임도 하고 싶은데, 아직은 제가 모임을 열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져요.
아무튼 뉴그라운드에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덕분에 제가 인지할 수 있는 세계가 조금 넓어진 것 같아요. 저에 대해 잘 모르실 텐데도 워머스들이 회고 문서에 남겨주시는 댓글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뭉클함도 느껴요. 기쁜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꼭 공유해서 축하나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효진: 모임을 열기 어려우실 때는 언제든 저에게 도움 요청을 해 주세요.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2025년 동안 지은 님께 제일 중요한 목표나 계획은 뭘까요?
지은: 엄청 거창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을 이 상태로 꾸준히 하고 있는 것. 연말에도 이 활동들을 계속하고 있다면 되게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효진: 일과 모임, 운동, 모두 통틀어서 얘기하시는 거죠? 그러네요. 꾸준히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연말까지 계속한다면 정말 큰 성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