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그라운드는 언제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커뮤니티이길 원한다'라고 이야기하고는 하지만, 정작 저는 도움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여전히 어색하게 느끼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면 너무나 고마운 동시에 신기하다는 기분이 들어요. 얼마 전 워머스 김하경 님이 뉴그라운드 홈페이지를 살짝 손봐주고 싶다는 제안을 건네주셨을 때도 그랬어요. 어떻게 이 사람은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진 역량을 어떤 이익도 생기지 않는 일에 쓰겠다고 말할 수 있는 이 마음은 뭘까, 궁금했습니다.
뉴그라운드 25년 하반기 시즌의 첫 커뮤니티 리포트를 위해 하경 님을 만났습니다. 하경 님은 도움을 잘 건네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잘 나누는 사람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말에 성실히 귀 기울이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만났지만 등을 맞대고 있는 것만 같았던 하경 님과의 대화를 옮깁니다.

효진: 하경 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하경: 지난 5월까지 일을 하다가 6월부터 퇴사하고 자신을 돌보는 중이에요. 퇴사하고 한 달 정도는 생산적이지 않은 제 모습이 많이 못나 보였어요. 생산성 강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이직 준비를 할지, 조금 더 휴식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다가 이런 감정과도 잘 지내보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저를 미워하지 않고 하루하루 마음 가는 것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조만간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될 것 같긴 하지만요. (웃음)
효진: 아직 두 달도 못 쉰 건데 더 쉬고 싶진 않으세요?
하경: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는데요, 두 달이 저한테는 짧은 시간이라고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이렇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로 지내본 게 처음이어서요. 퇴사 후에 한 달 동안은 굉장히 불안했고, 두 달째가 돼서야 마음이 좀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가 저한테 적당한 시간인지는 조금 더 지나 봐야 알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퇴사한 이유 중에는 커리어 전환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급하게 이직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효진: 웹과 앱을 다 만드는 개발자이시잖아요. 그런데 커리어 전환을 고려하신다는 게 의외예요. 요즘에는 개발자가 아니었던 분들도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하려고 노력하는 추세니까요.
하경: 지금까지 저는 스타트업에서 거의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해왔어요. 그런데 개발이라는 일을 오래오래 할 수 있으려면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가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인 것 같거든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공부해서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잘 적용하고, 적재적소에 엔지니어링하는 결정들을 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계속 배우면서 일해야 하는 분야인 거죠. 내가 오늘 최적의 엔지니어링이라는 결정을 내렸어도 다음날 바뀔 수가 있는 상황이고요. 기술 변화가 매일매일 정말 빠르게 일어나니까요. 그게 압박감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점이 좋아서 개발자가 되었다가 이제는 ‘내가 어떤 업을 해야 남은 인생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질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커리어를 바꾼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일 테니까, 지금 한번 시도해보자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거든요. 원래 제가 배웠던 것, 쌓아놓은 것을 잘 못 놓는 편인데 최근 조직에서 나올 때 그런 연습을 해봤어요. 예상보다 할 만한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쌓은 것들이 남은 인생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어떤 일을 해볼까?‘라고 고민하다가 뉴그라운드에서 만난 어떤 워머스로 인해서 새로운 일을 알게 됐어요. 관련해서 여러 가지 내용을 알아본 후에 결국에는 그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그 작업이 저한테 의미가 있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다른 일과 저울질해 보는 걸 처음 해봤거든요.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다른 일이 생겼을 때도 얼마든지 무게를 달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효진: 스타트업에서 주로 일해왔다고 하셨는데, 스타트업의 속도라는 게 굉장히 빠르잖아요. 계속 지식이나 역량을 업데이트해야 하고, 속도에 휘말려서 일하다 보면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일하고 있는 걸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하경: 맞아요. 스타트업 정말 너무 멀미 나고, 매일매일 생존 싸움입니다.
효진: 그럼 하경 님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가장 신난다고 느끼세요?
하경: 아직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공동체 중 일터와 일터가 아닌 곳의 구분을 떠나서 어디가 가장 잘 맞았는지 돌이켜 보면, 사람과 사람 간에 최소한의 돌봄이 있는 조직이었어요. 가끔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면서 상대가 안녕하길 바라는 정도. 그런 곳에서 제가 새로운 일들을 가장 잘 시도할 수 있고, 용기를 낼 수 있고, 신난다는 느낌도 받아요. 그런 조직을 만나려고 노력은 하지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효진: 어렵죠. 속도를 내서 일하다 보면 정작 서로를 돌보는 것에는 좀 소홀해지기도 쉽고요.
하경: 일을 하는 곳이다 보니 종종 사람보다 우선시되는 게 조직의 이익인 것 같아요.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애정은 포기하지 않는 조직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런 조직이 어딘가에는 있다고 믿고 싶어요.

효진: 하경 님께 이것도 여쭙고 싶었어요. 뉴그라운드 워머스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계시는데, 지난 시즌에 활발하게 활동하시진 못했잖아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도 멤버십에 등록하셔서 ‘어떤 마음으로 등록하신 걸까?’ 궁금했어요.
하경: 지난 시즌에는 회사 일이 많이 바빴어요. 주말까지 일하고, 야근도 많이 하느라 일에 붙들려 있는 시간이 길었죠. 그래서 모임에도 많이 나가지 못했는데 아직 만나보고 싶은 사람과 같이 해보고 싶은 활동이 많이 남아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 시즌을 뉴그라운드에서 보내보니 여기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편하게 같이 나눌 수 있는 곳인 것 같았어요. 힘든 일이나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가감 없이 나누시는 워머스들의 모습을 보면서 뉴그라운드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커뮤니티와 가깝다고 느꼈어요. 가까이 등을 맞댈 수 있는 커뮤니티랄까요. 그런 온기가 있으니까 자꾸 슬랙에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효진: ‘등을 기대고 있다‘는 표현이 너무 좋아요. 마주 본다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고요. 얼마 전에는 뉴그라운드 홈페이지도 살짝 다듬어 주셨잖아요.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얼마나 보다 못하셨으면....‘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웃음)
하경: 애정이라는 게 그래서 되게 신기한 것 같아요. 막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니까. 커뮤니티에 애정이 생기니까 이곳이 더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프론트엔드 개발자고, 콘텐츠 업계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웹사이트 콘텐츠를 어떻게 구현해야 정보가 눈에 잘 들어오는지 등을 알고 있어요. 뉴그라운드 웹사이트를 봤을 때도 어떤 것들이 잘 보이면 좋을 것 같은지, 어떤 의도로 콘텐츠가 배치되어 있는지를 많이 생각했고, 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이러한 부분들이 고쳐지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더라고요.
효진: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하경 님께 도움 요청을 해볼게요. 퇴사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이런 질문이 약간 어색할 수도 있지만, 여쭤보고 싶어요. 일이란 것, 노동이라는 것은 하경 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하경: 일의 의미에 대해서 요즘 특히 자주 생각하는데요. 사람들과 일하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저는 좋아요. 제 삶을 좀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선배들은 ‘일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들도 차차 사라지고 언젠가는 생계 수단이 될 거야’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또 다른 선배들은 늘 회사와 연애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하시기도 하고요. 저와 일의 관계에서 위기는 왔지만, 소멸 시효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효진: 그럼 일 말고, 요즘 하경 님의 가장 중요한 즐거움은 뭔가요? 무엇이 하경 님께 제일 큰 기쁨을 주나요?
하경: 향긋한 커피가 아주 좋아요. 동네에 맛있는 커피를 파는 작은 카페가 있는데, 아침에 일어난 후 그 카페로 가서 몽롱한 상태로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즐거움을 느껴요. 또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지난 3월에 이사를 왔는데 최근 동네 친구들이 생겼어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제가 여러 번 치대고 플러팅을 하고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하면서 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과정에 있어요. (웃음)
효진: 이제 2025년이 몇 달 안 남았잖아요. 하경 님께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하경: 제가 재작년에 <귀신들의 땅>을 쓴 천쓰홍 작가의 강연에 갔었어요. 그분이 너무 즐겁고 호탕하고 유쾌한 퀴어더라고요. 책은 절절하고 박복하고 퀴어에게 추운 겨울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작가는 재미있는 사람인 거예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퀴어는 웃어야 한다. 그래야 버티면서 오래 산다, 싶었어요. 그래서 올해 초부터 레즈비언 클럽도 가고 퀴어 모임도 나가면서 2025년을 음주가무의 해로 삼았는데, 그것을 끝까지 잘 지키는 것이 올해의 큰 목표입니다.
효진: 엄청 중요한 목표네요.
하경: 네,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효진: 하경 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하경: 지난 5월까지 일을 하다가 6월부터 퇴사하고 자신을 돌보는 중이에요. 퇴사하고 한 달 정도는 생산적이지 않은 제 모습이 많이 못나 보였어요. 생산성 강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이직 준비를 할지, 조금 더 휴식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다가 이런 감정과도 잘 지내보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저를 미워하지 않고 하루하루 마음 가는 것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조만간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될 것 같긴 하지만요. (웃음)
효진: 아직 두 달도 못 쉰 건데 더 쉬고 싶진 않으세요?
하경: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는데요, 두 달이 저한테는 짧은 시간이라고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이렇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로 지내본 게 처음이어서요. 퇴사 후에 한 달 동안은 굉장히 불안했고, 두 달째가 돼서야 마음이 좀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가 저한테 적당한 시간인지는 조금 더 지나 봐야 알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퇴사한 이유 중에는 커리어 전환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급하게 이직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효진: 웹과 앱을 다 만드는 개발자이시잖아요. 그런데 커리어 전환을 고려하신다는 게 의외예요. 요즘에는 개발자가 아니었던 분들도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하려고 노력하는 추세니까요.
하경: 지금까지 저는 스타트업에서 거의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해왔어요. 그런데 개발이라는 일을 오래오래 할 수 있으려면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가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인 것 같거든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공부해서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잘 적용하고, 적재적소에 엔지니어링하는 결정들을 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계속 배우면서 일해야 하는 분야인 거죠. 내가 오늘 최적의 엔지니어링이라는 결정을 내렸어도 다음날 바뀔 수가 있는 상황이고요. 기술 변화가 매일매일 정말 빠르게 일어나니까요. 그게 압박감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점이 좋아서 개발자가 되었다가 이제는 ‘내가 어떤 업을 해야 남은 인생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질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커리어를 바꾼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일 테니까, 지금 한번 시도해보자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거든요. 원래 제가 배웠던 것, 쌓아놓은 것을 잘 못 놓는 편인데 최근 조직에서 나올 때 그런 연습을 해봤어요. 예상보다 할 만한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쌓은 것들이 남은 인생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어떤 일을 해볼까?‘라고 고민하다가 뉴그라운드에서 만난 어떤 워머스로 인해서 새로운 일을 알게 됐어요. 관련해서 여러 가지 내용을 알아본 후에 결국에는 그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그 작업이 저한테 의미가 있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다른 일과 저울질해 보는 걸 처음 해봤거든요.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다른 일이 생겼을 때도 얼마든지 무게를 달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효진: 스타트업에서 주로 일해왔다고 하셨는데, 스타트업의 속도라는 게 굉장히 빠르잖아요. 계속 지식이나 역량을 업데이트해야 하고, 속도에 휘말려서 일하다 보면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일하고 있는 걸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하경: 맞아요. 스타트업 정말 너무 멀미 나고, 매일매일 생존 싸움입니다.
효진: 그럼 하경 님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가장 신난다고 느끼세요?
하경: 아직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공동체 중 일터와 일터가 아닌 곳의 구분을 떠나서 어디가 가장 잘 맞았는지 돌이켜 보면, 사람과 사람 간에 최소한의 돌봄이 있는 조직이었어요. 가끔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면서 상대가 안녕하길 바라는 정도. 그런 곳에서 제가 새로운 일들을 가장 잘 시도할 수 있고, 용기를 낼 수 있고, 신난다는 느낌도 받아요. 그런 조직을 만나려고 노력은 하지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효진: 어렵죠. 속도를 내서 일하다 보면 정작 서로를 돌보는 것에는 좀 소홀해지기도 쉽고요.
하경: 일을 하는 곳이다 보니 종종 사람보다 우선시되는 게 조직의 이익인 것 같아요.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애정은 포기하지 않는 조직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런 조직이 어딘가에는 있다고 믿고 싶어요.
효진: 하경 님께 이것도 여쭙고 싶었어요. 뉴그라운드 워머스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계시는데, 지난 시즌에 활발하게 활동하시진 못했잖아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도 멤버십에 등록하셔서 ‘어떤 마음으로 등록하신 걸까?’ 궁금했어요.
하경: 지난 시즌에는 회사 일이 많이 바빴어요. 주말까지 일하고, 야근도 많이 하느라 일에 붙들려 있는 시간이 길었죠. 그래서 모임에도 많이 나가지 못했는데 아직 만나보고 싶은 사람과 같이 해보고 싶은 활동이 많이 남아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 시즌을 뉴그라운드에서 보내보니 여기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편하게 같이 나눌 수 있는 곳인 것 같았어요. 힘든 일이나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가감 없이 나누시는 워머스들의 모습을 보면서 뉴그라운드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커뮤니티와 가깝다고 느꼈어요. 가까이 등을 맞댈 수 있는 커뮤니티랄까요. 그런 온기가 있으니까 자꾸 슬랙에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효진: ‘등을 기대고 있다‘는 표현이 너무 좋아요. 마주 본다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고요. 얼마 전에는 뉴그라운드 홈페이지도 살짝 다듬어 주셨잖아요.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얼마나 보다 못하셨으면....‘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웃음)
하경: 애정이라는 게 그래서 되게 신기한 것 같아요. 막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니까. 커뮤니티에 애정이 생기니까 이곳이 더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프론트엔드 개발자고, 콘텐츠 업계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웹사이트 콘텐츠를 어떻게 구현해야 정보가 눈에 잘 들어오는지 등을 알고 있어요. 뉴그라운드 웹사이트를 봤을 때도 어떤 것들이 잘 보이면 좋을 것 같은지, 어떤 의도로 콘텐츠가 배치되어 있는지를 많이 생각했고, 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이러한 부분들이 고쳐지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더라고요.
효진: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하경 님께 도움 요청을 해볼게요. 퇴사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이런 질문이 약간 어색할 수도 있지만, 여쭤보고 싶어요. 일이란 것, 노동이라는 것은 하경 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하경: 일의 의미에 대해서 요즘 특히 자주 생각하는데요. 사람들과 일하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저는 좋아요. 제 삶을 좀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선배들은 ‘일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들도 차차 사라지고 언젠가는 생계 수단이 될 거야’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또 다른 선배들은 늘 회사와 연애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하시기도 하고요. 저와 일의 관계에서 위기는 왔지만, 소멸 시효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효진: 그럼 일 말고, 요즘 하경 님의 가장 중요한 즐거움은 뭔가요? 무엇이 하경 님께 제일 큰 기쁨을 주나요?
하경: 향긋한 커피가 아주 좋아요. 동네에 맛있는 커피를 파는 작은 카페가 있는데, 아침에 일어난 후 그 카페로 가서 몽롱한 상태로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즐거움을 느껴요. 또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지난 3월에 이사를 왔는데 최근 동네 친구들이 생겼어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제가 여러 번 치대고 플러팅을 하고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하면서 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과정에 있어요. (웃음)
효진: 이제 2025년이 몇 달 안 남았잖아요. 하경 님께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하경: 제가 재작년에 <귀신들의 땅>을 쓴 천쓰홍 작가의 강연에 갔었어요. 그분이 너무 즐겁고 호탕하고 유쾌한 퀴어더라고요. 책은 절절하고 박복하고 퀴어에게 추운 겨울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작가는 재미있는 사람인 거예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퀴어는 웃어야 한다. 그래야 버티면서 오래 산다, 싶었어요. 그래서 올해 초부터 레즈비언 클럽도 가고 퀴어 모임도 나가면서 2025년을 음주가무의 해로 삼았는데, 그것을 끝까지 잘 지키는 것이 올해의 큰 목표입니다.
효진: 엄청 중요한 목표네요.
하경: 네,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