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삶을 살 수 있어요"

뉴그라운드 새 시즌, 첫 커뮤니티 리포트의 첫 번째 인터뷰이는 워머스 이하나 님입니다. 하나 님은 현재 광주에 거주하며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계세요. 대부분의 뉴그라운드 오프라인 모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도 하고, 하나 님 역시도 개인적인 프로젝트들로 분주하셨기에 지난 시즌 뉴그라운드에 합류한 하나 님과 많은 활동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하나 님이 25년 상반기에도 뉴그라운드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하나 님과 꼭 인터뷰를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준비 중이라고 하셨던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실은 그보다, 줌으로나마 하나 님과 제대로 마주 보고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효진: 하나 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어디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쓰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하나: 주중에는 대학병원에서 언어치료사(언어재활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이 목소리를 되찾고 의사소통을 잘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여가 시간에는 '다락레코드랩'이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실행하고요. 다락레코드랩은 기록을 통해 자기 탐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인데요, 개인별 기록 패턴과 유형을 분석해 맞춤형 질문을 제공할 예정이에요.


효진: 언어치료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하나: 언어치료는 크게 다섯 가지 분야로 나뉘는데, 그중 저는 음성장애(Voice Disorders)를 전공했어요. 쉽게 말해, 목소리에 문제가 생긴 분들이 다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치료하는 일이죠. 청각(인공와우) 언어 재활, 발음 및 유창성 평가, 치료도 함께 하고 있고요. 

음성장애에 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가수나 교사처럼 목을 많이 쓰는 직업군은 성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또 어떤 분들은 성대 마비로 인해 목소리가 약해지고 쉰 소리가 나기도 하고요.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극심한 스트레스로를 받은 후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때 저는 음성 분석 기기를 활용해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환자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 다시 편하게 말하고 의사소통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목소리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환자분들이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말씀하실 때, 표정이 바뀌고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런 순간들이 제가 하는 일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효진: 하나 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목소리가 좋으시고 발음도 굉장히 정확하신 것 같아요. 그런 얘기 많이 들으시죠?

하나: 아무래도 제가 환자분들께 좋은 발성과 발음을 본보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득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음성 장애라는 분야에서는 성대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호흡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소리와 발음이 달라지는 방식을 배우거든요. 지금 제가 말하는 것처럼 해야 목이 좀 덜 상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방금까지 일을 하다 와서 아직 '일하는 모드'가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해요. (웃음) 


효진: 그렇군요. 언어치료사라는 게, 제가 거의 접해보지 못한 직업이라 신기하네요.

하나: 저는 이 커뮤니티가 신기합니다.


효진: 정말요? 왜요?

하나: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오래 일해왔고, 주변 동료들 또한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커뮤니티에서는 형태도, 방식도 다양하게 일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그게 좀 새로웠어요.


효진: 뉴그라운드에 가입하신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이었을까요?

하나: 네, 건강하게 일하는 방식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서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경청하고 존중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점이 좋았고요. 저 또한 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어요. 다양한 시선 속에서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저 역시도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뉴그라운드에 가입한 거죠.


효진: 그런데 뉴그라운드의 오프라인 활동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고, 하나 님은 광주에 계셔서 기대만큼 활발하게 교류하기에는 힘드셨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도 두 시즌 연속으로 뉴그라운드 멤버십을 신청하신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어요.

하나: 처음 가입했을 때는 저도 종종 서울에 가는 편이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서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약간 있었어요. 실제로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와 일정이 잘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했죠. 하지만 온라인으로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게 좋아요. 

더불어, 이 커뮤니티를 응원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이런 단체나 커뮤니티가 좀 더 오래 가면 좋겠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다양성을 서로 존중하는 곳이 오래 이어지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좀 있었어요. 


효진: 하나 님이 거주하고 계신 광주에 관해서도 여쭙고 싶은 게 있었어요. 광주는 탄핵 정국 또한 큰 움직임을 경험한 지역 중 한 곳일 듯 한데요, 하나 님께서도 슬랙에 광주 집회 경험을 남겨주신 적이 있죠. 광주의 분위기는 어떤지 듣고 싶어요.

하나: 광주에는 직장으로 인해 거주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이런 사회적 움직임이 새로웠어요. 이곳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회 등을 접할 기회가 많더라고요.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정치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신기하면서도 인상적이었어요. 얼마 전에도 극우 세력들이 광주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이에 대한 반대 시위가 훨씬 더 크게 열렸어요. 특히 광주의 시민 단체들이 극우 세력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이런 경험을 하면서 광주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민주적인 움직임을 이어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효진: 지난 시즌 자기소개에 '광주에서 소규모 독서, 필사 모임 같은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의 자아 탐색과 연결을 돕는 공간과 커뮤니티를 구상 중’이라고 써 주셨어요. 이곳이 아까 말씀해 주신 '다락레코드랩'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곳을 만드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하나: 처음에는 단순히 '사람들이 자아 탐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독서나 필사 같은, 특정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들을 떠올렸어요. 고민을 거듭할수록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탐구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요.

이건 제가 직접 경험한 변화와도 연결되는 부분이에요. 지난해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 실험과 분석을 해봤거든요. 모닝페이지, 저녁 일기, 필사, 블로그 글쓰기,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 SNS 기록, 질문 기반 글쓰기, 한 달간 매일 글쓰기 등을 진행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저의 사고 흐름과 패턴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다양한 기록 방식을 실험하면서 기록의 형식보다 기록 자체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걸 실감했죠. 때로는 기록을 꾸준히 못 할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통해 잠시라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기록이 주는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들이 쌓이면서 단순한 기록 습관 형성을 넘어 ‘기록을 통해 자기 탐구를 돕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명확해졌어요. 그렇게 다락레코드랩은 기록 패턴을 분석하고, 각자에게 맞는 기록 방식을 탐색하는 공간으로 구체화되었어요.


효진: 언어치료사라는 일을 하고 계신 와중에, 공간과 커뮤니티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뭘까요?

하나: 언어치료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발성에 어려움을 겪던 분들이 목소리를 되찾고 자신 있게 소통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예요. 그런데 문득 '이건 특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모두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삶을 살 수 있어요. 기록도 마찬가지예요. 기록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내가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어떤 생각과 질문에 반응하는지’ 스스로를 탐구하는 과정이 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기록을 지속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기록을 지속하려면 좋은 질문이 필요해요. 그래서 다락레코드랩에서는 공통 주제를 기반으로 한 기록 입문 키트를 만들고, 각자의 기록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질문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더 깊어질수록 기록이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자기 탐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또한 기록은 혼자만의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기록을 공유하고 질문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기록이 더 풍부해지고 꾸준히 기록을 이어가기 쉬워질 거예요. 그래서 기록을 위한 공간이자 함께 좋은 질문을 던지고 탐구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다락레코드랩의 방향성이 더 구체화되었어요.


효진: 그렇다면 혹시 이번 시즌에 뉴그라운드에서 워머스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하나: 이번 시즌에는 일요일 회고(체크아웃타임)에 가능한 참여하려고 해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과정이 인상 깊었거든요. 특히, 코멘트로 받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선들이 저에게 더 깊이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또 하나 해보고 싶은 건, 워머스들과 ‘기록과 자기 탐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에요. 가령 기록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이유, 나에게 맞는 기록 유형과 패턴 찾기, 자기 탐구를 돕는 질문이 기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해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어요. 만약 올해 다락레코드랩이 조금 더 구체화된다면, 워머스들과 함께 기록을 나누고 각자의 기록 패턴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고 싶어요. 


효진: 2025년, 하나 님께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하나: 올해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패하더라도 실행하면서 배우는 한 해로 만들고 싶어요. 항상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지만 막상 실행이 어려울 때가 많아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 이게 때때로 시도를 망설이게 했거든요.

가장 중요한 계획은 ‘다락레코드랩’을 실행하는 것이에요. 프로젝트를 실제로 운영하며 기록 키트를 만들어보고, 사람들이 기록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 과정을 서로 나누며 사고와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영어 회화 수업을 꾸준히 듣고, 체력을 위해 10km 마라톤에 세 번 도전할 계획이에요. 좋아하는 커피, 차, 술 등 '마시는 문화'에 관해 깊이 배우고도 싶고요.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음료를 즐기는 방식과 의미에 대해 알아가 보려고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시도하면서 더 나아지는 걸 경험하는 2025년을 기대하고 있어요.